[단독/휴지통]엔진오일 방울자국에 딱 걸린 뺑소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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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후 가해차량서 흘러… 경찰이 1.5km 추격해 검거

지난달 28일 오전 5시경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독립문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던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오토바이 운전자 김모 씨(44·여)는 차량에 부딪힌 뒤 10여 m를 굴렀다. 그랜저 운전자는 그대로 차를 몰고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차량 행방은 오리무중. 경찰은 인근 아파트 단지로 도주했다는 목격자 말에 따라 뒤를 쫓았지만 이미 후문으로 빠져나간 뒤였다. 그때 경찰관의 눈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엔진오일 방울이 들어왔다. 오일 방울은 1m가량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경찰은 오일 자국을 따라 약 1.5km를 따라가 다세대주택 주차장 안쪽에 주차하고 숨어 있던 운전자 김모 씨(40)를 붙잡았다. 인적이 드문 곳에 주차장이 보이자 시간을 벌려고 일단 숨은 것이다. 한숨 돌리던 김 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부서진 보닛 안쪽에서 흘러내린 엔진오일 자국이었다. 빵조각을 따라가 길을 찾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의 이야기처럼 범인을 잡은 것이다.

경찰은 “김 씨는 다른 사람 명의의 일명 ‘대포차’를 운전하고 있어 도주한 것 같다”며 “오일 자국을 못 봤다면 놓칠 뻔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김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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