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폭로의혹 수사 신중한 검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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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극히 신중한 자세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26일 이 회장에 대한 수사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계획도 없고, 수사에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 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죄가 있거나 입증이 돼야 부르지 아직 부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3일 이 회장을 전격 소환해 조사에 들어갈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고, 수사 전망을 놓고도 온도차가 크게 느껴지는 발언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이 회장을 불러 신 전 차관 금품수수 의혹과 함께 이 회장이 수사를 요구하는 SLS그룹 계열사 워크아웃 과정에 대해 8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검찰의 이 회장 소환 조사는 그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신 전 차관에게 10년간 10억원이 넘는 돈을 건넸고,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에게 일본 출장시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휘발성이 강한 사안에 대해 마치 떠밀리듯 조사에 들어간 느낌도 없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이 (SLS그룹 워크아웃과 관련해)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확인 차원에서 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가 신통찮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당장 수사에 착수할 만큼 구체적인 '팩트'가 나오지 않았거나 신빙성을 둘 만큼 유의미한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수 있다.

수사 관계자는 "조사가 끝날 때부터 지금까지 기조는 동일하다"며 "현재의 진행상황으로는 더 할 게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아직 관련 증거물이나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가 신 전 차관이 썼다고 주장한 해외법인 카드와 내역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를 본격화하기 위해선 이 회장의 주장과는 별개로 '유의미한' 관련 자료 제출이 필수적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청와대가 이날 이 회장 폭로 중 언론에 거론되는 현정부 인사들에 대한 점검 조사를 했다면서 "확인해보니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워낙 신빙성이 떨어지고 너무 소설 같은 얘기"라고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검찰의 소극적인 자세와 청와대의 의혹 점검 사이에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이날 신 전 차관이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들었다면서 사용내역을 제출하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점 등에 비춰 사안의 폭발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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