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로… 가면舞로… 대장경으로… 한중일, 가슴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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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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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문화교류포럼 나흘간 경주-해인사서 열려

해인사 팔만대장경 장경판전 입구에서 옷깃을 여민 한중일문화포럼 참석자들. 합천=오명철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해인사 팔만대장경 장경판전 입구에서 옷깃을 여민 한중일문화포럼 참석자들. 합천=오명철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쑥대머리∼.” 20일 밤 천년 고도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내 한 호텔. 단상에 나온 한중일 문화교류포럼의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일본 측 위원장이 판소리를 우리말로 토해내자 좌중은 놀라움에 휩싸였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정순임 명창과 함께 거의 한 소절도 틀리지 않고 5분여간 능수능란하게 가락을 이어 나갔다. 주한 일본대사로 재직 시 명창 안숙선 선생을 사사해 공들인 결과다. 환영 만찬을 연 최양식 경주시장이 중국 당나라에도 문명(文名)을 떨친 신라 말기 대학자 고운 최치원의 30대 후손이라고 소개되자 한중일 3국 참석자들이 또 한 번 놀란다. 2009년 중국 양저우에서 열린 제5회 포럼 당시 최치원기념관을 둘러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제7회 한중일 문화교류포럼이 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천년 고도 경주와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야산 해인사를 오가며 3박 4일간 진행됐다.

포럼 첫날인 21일 엑스포 행사장 천마공연장에서 ‘한중일 전통 가면무’를 주제로 한 공연이 열렸다. ‘선녀와 어부’를 소재로 한 일본의 노(能) 공연은 느릿하면서도 절제된 동작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변검(變瞼)은 배우가 뒤로 돌아서거나 손도 대지 않고 순식간에 얼굴 가면을 바꾸는 묘기로 800여 관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한국의 봉산탈춤은 해학적이면서 풍자적인 내용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에 들른 포럼 참석자들은 “이런 양식의 절은 다른 곳에선 보지 못했다”며 독창성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석가탑에서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본이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불국사 교무국장 정수 스님과의 차담 도중 참석자들은 “차야말로 한중일 삼국의 문화 교류와 창조적 진화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문화 코드”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향을 중시하는 중국은 다예(茶藝), 맛을 중시하는 한국은 다례(茶禮), 색을 중시하는 일본은 다도(茶道)라고 부르는 차이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23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기록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방문했다. 특히 보존국장 성안 스님이 “사시사철 창문이 열려 있으나 수백 년이 지나도록 날짐승이 침범하지 않고, 쥐 한 마리 들락거리지 않았으며 거미줄이 쳐진 일조차 없다”고 소개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국보를 지키는 해인사 스님들이 만약의 화재에 대비해서 다리 힘을 키우기 위해 축구로 체력을 단련한다”고 소개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한중일 문화교류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위촉을 받은 한일문화교류회의(위원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가 주최했다.

경주·합천=오명철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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