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주민투표에 왜 시장직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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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1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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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철학 고수ㆍ투표율 제고 절박감 반영
여권결속·부동층 참여 유도 등 다각 포석

눈물 닦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시장직 진퇴 여부 연계 방침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눈물 닦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시장직 진퇴 여부 연계 방침을 밝히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불과 사흘 앞둔 21일 주민투표에서 실패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띄웠다.

오시장이 한나라당의 상당한 반대를 무릅쓰고 주민투표 결과에 서울시장직을 건것은 무엇보다 이번 투표가 향후 국내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것이라는 소신과 철학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무리 험난해도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대한민국복지 방향을 정립하지 않으면 우리 서울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대로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오늘 이 결정이 예측불허의 수많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 나라가 인기영합주의의 '빠른 복지가아닌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바른 복지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이번 투표가 향후 시정운영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가 만일 이번 투표에서 패배한다면 사실상 '식물 시장'으로 전락해 제대로 된시정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투표 이후 시장으로서 시정을 주도해가기 위해서는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결단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 막판에 승부수를 띄운 보다 결정적 이유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주민투표 열기를 높여 투표율 제고를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표가 '단계적 무상급식안'과 '전면적 무상급식안'의 찬성률 경쟁보다 참가-불참 대결구도로 굳어지면서 투표율이 33.3%를 넘길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선이 드리워지고 있다.

무상급식 이슈는 학부모 등 제한된 범위 투표권자의 관심사라는 기본적인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서울을 강타한 수해와 국제금융위기 등 대형 악재 때문에 주민투표가 선거운동 중반까지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막판에서야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지만 오 시장의 우군인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표출되는 등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판단 역시 초강수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투표에 깊숙이 관여하는 양측 관계자들 사이에 이대로 가다가는 투표율이 개표요건인 33.3%를 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정면 돌파로 33.3%를 넘기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의 투표결과와 연계한 시장직 사퇴 수순은 예견된 것이었다.

여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24일 주민투표에 임박해 패배할 경우 서울시장직 사퇴 선언을 발표하는 '2단계 전략'을 구사하면서 승부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는 이미 지난 12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따라서 오 시장이 마지막 카드인 시장직 사퇴를 선언한 것은 여권 내부의 결속과 보수층의 적극적인 지원과 부동층의 투표참여를 유도, 투표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대감은 "지난 1주일 동안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투표 운동이 아주 효율적으로, 열정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강도높게 이뤄지기 시작했다"며 "아마도 오늘 이후에 훨씬 더 마음을 모아 뛰어주실 것으로 확신한다"는 오 시장의 발언에서 잘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대권 잠룡(潛龍) 중 한명인 오 시장이 이번 투표에서 진다면 당내정치적 입지에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민주당과의 복지대결의 최전선에 섰다는이미지를 각인시킴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유리한 지형을 굳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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