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쁨 함께…” 60년간 주민 축구대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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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회원 2000여 명은 이날 정부가 반민주·반노동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회원 2000여 명은 이날 정부가 반민주·반노동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947년 8월 15일에는 면민(面民)들이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공을 찼겠습니까. 짚신을 신고 짚공을 만들어 차보니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14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토성리 신광중학교 운동장. 주민 2000여 명의 응원 속에 22개 마을 대항 축구대회가 한창이다. 김해룡 신광면 체육회장(60)은 “당시 산골에서 광복 소식을 듣고 64년 전에 이런 대회를 마련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마을별로 25개 팀(큰 마을은 2개 팀)으로 나눠 토너먼트 방식으로 열리는 면민 축구대회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비학산(762m)이 병풍처럼 둘러싼 신광면 주민들은 광복 2년 뒤 광복절에 맞춰 짚으로 만든 공을 들고 신광초등학교(1929년 개교) 운동장에 모였다. 일제강점기를 이겨낸 소중한 뜻을 오래도록 되새기자며 ‘신광면민 축구대회’를 처음으로 개최한 것이다. 3년을 계속하던 축구대회는 1950년 6·25전쟁과 가뭄이 심했을 때 등 5차례 열리지 못한 것을 빼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회는 1955년 신광중학교가 개교하자 운동장을 넓혀 20여 년 전부터는 중학교에서 매년 광복절 전후 사흘 동안 열리고 있다.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연 뒤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간첩을 색출해 처단하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라이트코리아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연 뒤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간첩을 색출해 처단하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는 축구대회가 60회를 맞아 면민 3300여 명뿐 아니라 포항시가 뜻을 모아 특별한 행사도 마련했다. 1회 대회를 생각하며 짚신과 짚공을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도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이다. 22명이 10분 동안 짚공 축구를 하자 공은 너덜너덜해졌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광복의 기쁨에 발이 아픈 줄도 잘 몰랐을 것”이라며 “운동장을 뛰는 동안 당시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나라 생각하는 마음이 내내 느껴졌다”고 말했다. 60회 대회를 맞아 올해는 포항지역 광복회원과 학도의용군 60명은 60대의 차를 타고 포항시청에서 신광면까지 퍼레이드를 벌였다.

황영록 신광면장(59)은 “이 대회는 신광면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라며 “오래도록 이어져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깊이 뿌리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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