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코앞서… 高3생 6000명 석차 바뀔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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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 오류로 내신 정정 초유 사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차세대 나이스의 성적처리 오류로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에 1학기 내신 성적이 반영되므로 서류를 다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로 전국 고교생 190만 명의 성적표를 고쳐서 다시 발송해야 한다. 이 가운데 1만5000명이 오류 탓에 석차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고3 학생은 6000명으로 추정된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 교과 성적을 포함해 학생생활기록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입시 준비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서울의 A고 교사는 “내신은 수시를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수시에서 어떤 전형을 택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주요한 지표이다. 성적이 잘못된 학생은 자기 위치를 판단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B고 문모 교사는 “수시에서 내신이 중요하고 약간의 차이로도 당락이 결정되는데 오류가 있다니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며 “당장 대입을 앞둔 학생이 불안해하고 학부모도 걱정할 텐데 담임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늦어도 29일까지는 성적표를 발송해 수시모집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25일 시도교육청을 통해 성적 정정 대상자를 파악한 뒤 26일에는 각 학교에 수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과부가 파악한 성적 정정 대상자는 추정치에 불과하므로 영향을 받는 수험생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당초 통보받은 성적이 정정과정을 거치면서 내신 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입시전략에 차질이 생긴 학생과 학부모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번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나이스 시스템에서는 성적 수치를 소수점 이하 16째 자리까지 입력할 수 있어 이번처럼 일부만 잘못 입력하면 관련 정보에 줄줄이 오류가 난다.

교과부는 “특정 수치나 동점자 처리 등 조건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재발 방지를 위해 통합 점검을 실시하고 나이스 특별점검반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원 및 학부모단체, 시민단체는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학기 초부터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돼 왔음에도 대책을 세우겠다는 답변만 하더니 이 지경까지 됐다”며 “결국 성적 재검증, 성적표 재발송 등 뒷수습은 현장 교사가 하게 됐다. 교과부는 명확한 해명과 근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의 신순용 대표는 “다음 달부터 당장 입학사정관전형이 실시되는데 내신 처리에 오류가 났다니 지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말도 안 되는 사태”라고 말했다.

또 ‘좋은교사운동’은 “사용자로부터 문제점을 수렴할 수 있는 트위터 계정이라도 만들었다면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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