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 씨는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하루 나들이를 하기 위한 스케줄을 짜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서북쪽 아래에 위치한 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해 배를 타고 서해 앞바다 덕적도까지 갔다 오는 일정이다. 교통비로 6만∼7만 원(4인 가족 기준 추정치) 정도만 부담하면 지금까지 한국에 없었던 새로운 관광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설레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올해 10월부터면 가능한 미래를 그려본 것이다.
올해 10월 중순 경인아라뱃길이 완공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관광지형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승용차나 철도 등을 이용해 서울 외곽지역의 휴양지를 찾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배를 이용해 한강과 서해앞바다를 즐길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케이워터(한국수자원공사)는 한진해운, 씨앤한강랜드, 인터지스, 대우로지스티스, 대한통운 등 5개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해 여객유람선 및 화물선 운영을 맡겼다. 이들은 다음 달 최종적인 여객유람선 및 화물선의 운행노선과 요금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케이워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력하게 검토되는 여객유람선의 운행노선은 △여의도 터미널에서 출발해 경인아라뱃길이 시작되는 김포터미널(경기 김포시 고촌읍)까지의 구간 △김포터미널∼인천터미널 구간 △김포터미널∼덕적도 등 서해 앞바다 섬 구간 △인천터미널∼팔미도·이작도 등 서해 앞바다 섬 구간 등이다.
여의도터미널에서 김포터미널까지는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각종 선상 이벤트를 즐길 수 있고, 국내 최초로 갑문(閘門)에 물을 채워 배가 이동하는 이색적인 체험도 할 수 있다. 김포에서 인천터미널에 이르는 경인아라뱃길에는 ‘수향(水鄕) 8경(景)’과 ‘파크웨이(PARKWAY)’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고 있다. 수향 8경은 아라뱃길 가운데에서도 경관이 뛰어나고 물길이 아름다운 지역이나 하천 주변에 조성되는 볼거리들이다.
서해와 한강의 자연경관을 주제로 조성되는 1경과 8경은 현재 계획단계다. 2경은 인천터미널 주변의 항만 친수시설 용지에 높이 15m의 인공섬을 만들어 서해 낙조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3경은 인천 서구 검암·검단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인 시천교를 중심으로 수상 무대, 수변 스탠드, 분수 등을 갖춘 워터프런트이다.
리버사이드 파크로 이름 지어진 4경은 인천 서구 일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계곡구간인데 우주선 모양의 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이어서 김포평야를 배경으로 전통 누각과 전통 담,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만경원(5경)이 이어진다.
굴포천과 아라뱃길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6경(두물머리생태공원)은 20만 m² 규모의 생태공원으로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자연학습 및 생태체험도 가능하며, 오토캠핑도 즐길 수 있다. 7경은 한강과 아라뱃길을 잇는 김포터미널로, 수상 레저활동을 위한 대중 마리나 테마파크와 물놀이장이 들어선다.
아라뱃길을 따라 조성되는 파크웨이는 폭 30∼60m의 녹지공간으로 다양한 주제의 이벤트 광장과 뱃길 전망 공간, 조형갯벌, 해안들판, 야생화 산책길 등이 조성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부두공사 마무리 단계… 전체 진척도 82% ▼
올해 10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인천 서구 오류동 경인아라뱃길 현장. 왼쪽의 높은 구조물이 인천터미널 전망대, 오른쪽이 여객터미널 공사 현장이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경인아라뱃길은 사실 고려 고종(1230∼1240년) 때부터 시도된 해상교통시설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인천에서 한강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수로를 팔 계획을 세웠으나 기술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했지요.”
이달 초 찾은 경인아라뱃길이 시작되는 인천 서구 오류동 인천터미널 공사현장. 10월 준공으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케이워터 경인항건설단 노희수 부장(48)은 공사현장으로 기자를 이끌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 오랜 염원을 성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국내 건설공사 기술이 발전해 역사를 만들게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12m 높이의 임시전망대에 오르자 284만 m²(물류단지 116만 m² 포함)에 이르는 공사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현장 곳곳에서는 흙과 골재 등 건설자재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 165대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쉴 새 없이 오갔다. 타워크레인과 굴착기, 불도저와 같은 건설 중장비 140여 대도 바쁘게 움직였다.
임시전망대 왼쪽에는 관광객들이 이용할 터미널 청사(면적 8113m²)와 전망대(높이 70m)가 들어서는데 64m까지 철골구조물이 올라간 상태였다. 각종 선박들이 정박할 9개 선석(船席) 규모의 부두공사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인천 앞바다에서 뱃길로 선박을 진입시키기 위해 수위를 조절하는 시설인 2개의 갑문(閘門)도 공사가 93% 정도 진척됐다. 5월 말 기준으로 전체 공사의 진척도는 82%다. 10월로 예정된 항만 개통과 12월 말 예정인 전체 공사 준공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내륙이지만 대형 수로라는 특성을 감안해 치안은 해경이 맡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경은 공기부양정과 순찰정, 수상오토바이 등 12척을 상시 배치해 24시간 뱃길을 지킬 계획이다. 60t급 경비함도 띄워 뱃길과 한강을 교대로 순찰할 예정이다. 이정근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뱃길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5분 이내 현장에 도착하는 구조시스템을 마련했다”며 “국민들이 편안하게 관광 및 레저활동을 즐기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