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등록금 대책 발표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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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案 냈다간 갈등 심화”… 내주초서 20일 전후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대학생 시위가 벌어진 10일 여야 정치권과 정부도 대학 등록금 문제로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집단행동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합리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사안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 한나라당 등록금 대책 발표 연기

한나라당은 당초 15일 이전에 발표하려던 등록금 대책을 20일 전후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는 “15일부터 다섯 차례의 공청회를 진행해 안을 가다듬고 발표할 계획”이라며 “설익은 안을 발표할 경우 공청회가 학생과 시민단체의 불만 표출의 장으로 변질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자체 안을 만들어 발표한 뒤 당정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당정협의를 먼저 할 경우 정부의 압박에 제대로 안을 만들 수 없다”며 “교육부와 물밑 접촉을 통해 먼저 안을 만든 뒤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내에선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책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친이(친이명박)계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황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이렇다 할 당정협의도 없이 등록금 인하 방침을 밝혔다며 “사회적 혼란이 더욱 가중된다면 적어도 집권여당 원내대표와 정책팀들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협화음도 계속됐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기여금 입학제에 대해 “등록금 부담 완화의 한 방편으로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등록금 TF 소속의 나성린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원 외 기여금 입학제 같은 것을 공론화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대통령이 나서라”

민주당은 ‘제1야당 대표가 시위를 부추긴다’는 부정적 여론을 우려해 한때 대학생 시위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 끝에 시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손학규 대표는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다. 그는 “대통령은 반값등록금(정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또 서울 연세대를 찾아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고 이한열 씨의 기념비에 헌화한 뒤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민주당의 등록금 정책이 급조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논란을 의식한 듯 “별안간 내놓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청와대 “직접 개입 안 해”

손 대표의 대통령 개입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되 직접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청와대는 국회와 재정,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비서관(1급)이 참여하는 비공개 TF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주당의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 무상 시리즈’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게 불과 4, 5개월 전 아니냐”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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