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2+4년 → 통6년제’ 재개편 추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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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 도입 가능성
“이공계생 약대 준비 부작용 커”… “시행한지 한달 만에… 학생 혼란”

약학대학 학제를 의대처럼 1학년 때부터 6년간 교육받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4년제에서 2+4년제로 바꿔 시행한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학제 개편이 추진되자 교육계와 의료계에서는 성급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약학계 및 이공계를 중심으로 약대 학제를 통 6년제로 개편하자는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교과부는 8일 ‘약대 발전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에는 약학계 의료계 이공계 교육계의 전문가와 학부모 15명이 참여한다.

현재의 학제는 다른 학과나 학부에서 2년간 기초소양을 배우고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등 선발절차를 거쳐 약대에 진학한 뒤 4년간 교육받는 제도로 2009년 3월 확정됐다. 제1회 PEET는 지난해 8월 실시됐고 이 시험을 거친 학생이 올해 처음 약대에 진학했다. 학제 개편에 따른 신입생이 들어오자마자 또다시 개편 논의가 불거진 이유는 2+4년제로 인해 이공계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약대 입시에 매달리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PEET에 응시한 1만47명 중 51.4%가 공대 자연대 농대 출신이었다. 의치약학 입시학원인 메가MD 관계자는 “약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이공계 전 영역에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약대와 이공계에서는 “이공계 학생의 중도 이탈이 심하고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며 학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공계 공동화 현상을 막는다는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굳이 6년제 약대가 필요하냐는 반응이다. 문정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약대 졸업에) 6년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들이는 것이 적절한지 약학계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학제 개편에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밝혔지만 자문위에서 약학계와 이공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의대와 같은 통 6년제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크다.

새 학제를 언제 도입하느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약대 학제 개편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므로 충분한 예고 기간을 거쳐 2015학년도쯤 도입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대와 이공계는 문제점을 빨리 고치려면 2년 후에는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 제도의 도입 초기부터 재개편 논의가 나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가 집단에 휩쓸려 정책을 계속 바꾸면 결국 학생들의 혼란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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