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유족, 51년만의 ‘4·19 사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내일 민주묘지 참배-희생자와 유족에 사과 성명
“이승만 ‘내가 받을 총탄 학생들이…’ 안타까워해”

이승만 전 대통령 유족이 51년 만에 처음으로 1960년 4·19혁명 당시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경찰의 총탄에 맞아 숨진 학생들의 묘역을 참배하고 사죄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건국대통령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와 이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박사는 19일 오전 9시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 헌화하고 4·19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한다고 17일 밝혔다. 성명서 낭독은 미 조지워싱턴대 객원석좌교수로 임명돼 미국에 체류 중인 이기수 기념사업회장(전 고려대 총장)을 대신해 이인수 부회장이 할 예정이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미리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당시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희생된 학생들과 그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앞으로 4·19유족회 등 관련 단체와 힘을 모아 당시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 발전에 함께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4·19혁명희생자유족회는 그동안 이승만기념사업회에 공식적인 사과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기념사업회는 수십 년간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기념사업회의 이번 사과는 2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기수 전 총장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시작한 이승만 박사 기념관 및 동상 건립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100일 만에 41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국민의 관심이 이어지자 “이 전 대통령의 공을 되새기는 것만큼 책임을 따지고 역사를 짚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 부회장은 “아버지께서 생전에 ‘내가 받을 총탄을 너희들이 받았다’ ‘청년이 불의에 항거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하는 등 4·19혁명의 의미를 높이 샀고 학생들의 희생을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은 당시 학생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세계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민주화를 이뤘으며 경제적으로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의 대국으로 성장했다”며 4·19혁명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4·19혁명희생자유족회는 “아직 성명 내용 등에 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아 지금 입장을 내놓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