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부산 기장군수의 ‘마이웨이 소통’

  • 동아일보

조용휘 기자
조용휘 기자
“많이 변했어. 다른 사람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요즘 부산 기장군민이나 기업인을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기장군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오규석 군수(53) 얘기다. 오 군수는 최근 민원 처리를 둘러싸고 부군수 전결권과 관용차 이용을 제한했다가 공무원노조 등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한발 물러섰다. 부군수 교체를 요구하는 서한을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기자는 1995년 민선 초대 기장군수 시절부터 그를 지켜봤다. 당시 오 군수는 한나라당 전신인 민자당 소속으로 37세였다. 현 경남도지사인 김두관 남해군수 다음으로 나이가 어렸다. 한의사라는 점도 주목을 끌었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 잇따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행정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2년 9개월간 군정을 이끌던 그는 1998년 7월 해운대 기장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만료를 60여 일 앞두고 같은 해 4월 군수직을 그만뒀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그는 한의원을 하며 은인자중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제5대 기장군수로 돌아왔다. 당선 후 “주민 말에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곧바로 ‘민원을 잠재우지 않는 군수실’을 열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365일 군수실을 개방했다. 그러나 그를 보조하기 위해 대기하는 담장 과장과 계장, 직원들은 피로가 쌓이면서 불만도 커져갔다. “내 임기 동안 관내 풀 한 포기, 흙 한 줌, 돌멩이 하나도 건드리지 못한다”며 개발사업에는 지나치게 제동을 걸었다. 전임자가 허가한 각종 사업 재검토 건수도 늘어났다. 허가처분 관련 소송만 6건에 이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해도 너무 한다”며 “사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오 군수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머리나 다리를 잘라서라도 자기 기준에 꿰맞추려 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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