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고객 납치사건 은폐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2일 11시 58분


광주 지역 한 백화점이 주차장에서 VIP고객이 납치된 정황을 인지하고도 적절히 대처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12일 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 8일 오후 1시18분 경 광주 서구 광천동 S백화점 1층 주차장에서 외제차량을 타고온 신모(39·여) 씨가 40대로 보이는 괴한에게 납치돼 현금 270만원을 빼앗겼다고 밝혔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은 쇼핑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던 신 씨를 안으로 밀치고 탑승해 폭행한 뒤 11분가량 차량에서 머물며 피해자의 손발을 묶고 핸드백을 뺏었다.

괴한의 범행을 최초로 목격한 트럭운전사 오모(28) 씨는 주차장을 빠져나가면서 근무 중이던 주차요금 계산원에게 "외제차 내부에서 둔탁한 소리와 여자의 신음이 들리는 것 같다"고 첫 번째로 제보했다.

백화점을 나선 오 씨는 자신이 목격한 장면이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는 생각에 곧바로 발길을 돌려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고 계산원에게 "직원을 불러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다시 한번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 사이 계산원에게 연락을 받은 주차팀 직원이 문제의 차량에 다가왔으나 정작 내부는 확인하지 않았으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납치 강도범은 피해자의 차량을 몰고 달아나 백화점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범인이 달아나면서 주차장 바닥에 손잡이가 테이프로 감긴 흉기를 떨어뜨렸지만 현장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직원은 흉기를 발견하지 못한 채 "특이사항이 없다"고 상관인 주차팀 실장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접한 실장은 사무실에서 주차장 CC-TV 영상을 분석해 VIP고객인 신 씨의 차량번호를 확인한 뒤 고객카드에 작성한 휴대전화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이어 신 씨의 자택에 전화를 걸어 아이에게 "엄마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순간까지 경찰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백화점 측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납치강도범은 피해자를 인근 천변과 북구 신안동 모 은행지점, 우산동 모 은행지점으로 끌고 다니며 신용카드로 270만원을 인출하고,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해 안면 골절상을 입혔다.

결국 경찰은 범행이 시작된 지 2시간10분만에 풀려난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수사에 착수했지만 납치 매뉴얼에 따른 초동조치를 이행할 시간은 이미 지난 뒤였다.

특히 범죄 개연성이 짙은 제보를 접수한 주차장 용역업체는 이같은 사실을 백화점 측에 보고하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경찰도 주차장 용역업체가 백화점 VIP고객인 피해자의 자택에 전화를 하고도 112에 신고하지 않고, 백화점 측에 보고도 하지 않은 정황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차팀 직원들이 용의자의 CC-TV 영상과 흉기까지 확보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왜 신고를 지연했는지 알 수 없지만 신속하게 신고가 이뤄졌다면 납치사건 매뉴얼에 따라 사거리마다 긴급 배치된 형사들이 용의자가 탄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백화점 관계자는 "제보를 접수한 주차팀 직원이 현장에 갔을 때는 남성 혼자만 차량에 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특이한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고객의 차량 내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수차례 연락한 끝에 고객과 연락이 닿아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됐으나 신고를 직접하겠다고 말해서 범행 장소를 다시 점검해 흉기를 찾아냈다"며 "은폐하려는 시도는 있을 수 없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시스템을 꼼꼼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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