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수익 170억… 남은 60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 경찰, 김제 마늘밭서 파낸 돈 총 110억원

처남들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로 벌어들인 돈을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 묻어뒀던 이모 씨(53·무직·전북 전주시)가 숨긴 돈은 모두 110억7800만 원으로 확인됐다. 전북 김제경찰서는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에 있는 이 씨의 마늘밭 전체를 수색해 86억6000만 원을 추가로 발견해 전체 은닉자금이 이같이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도박 개장 혐의로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인 작은처남 이모 씨(44)에게 수사관 2명을 보내 정확한 액수와 전달 경위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도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매형에게 돈을 맡긴 큰처남(48)이 수배 중이어서 사건 전모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매형 이 씨는 이날 오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도박 추정 수익금 170억여 원 가운데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60억여 원에 대해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며 “다른 밭에 은닉했을 가능성보다 달아난 큰처남이 일부 가지고 갔거나 중간책들과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외국에 서버와 콜센터 설치

매형에게 110억 원이 넘는 돈을 맡긴 이 씨 형제는 2년 가까이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은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홍콩에 서버를 설치한 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통해 속칭 ‘바둑이’와 ‘맞고’ 등 도박게임을 제공했다. 이들은 사이트 회원들이 입금한 1540억 원 가운데 11% 선인 170억 원가량을 속칭 ‘딜러비’와 환전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가 지난해 4월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덜미를 잡혔다.

조리사인 이 씨 형제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식당을 운영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운영본사, 루트본사, 총본사 등 7단계 조직으로 구성돼 하위 조직에서 모집한 도박자들의 돈 중 일부를 50여 명의 중간책과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등은 경찰 수사망을 피해 중국에 콜센터를 설치하고 도박자들이 24시간 게임머니를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도박은 이용자가 운영자의 대포통장으로 현금을 넣어주고 이를 사이버머니로 환전한 다음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 돈 묻으려고 교외 마늘밭 구입

이 씨 마늘밭에서 나온 돈은 5만 원권 22만 장과 1만 원권 600여 장. 이 씨는 8일 “묻어둔 17억 원 가운데 7억 원이 없어졌다”고 했다가 9일에는 21억 원, 23억 원, 10일에는 50억 원, 67억 원 등 묻은 돈 총액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꿨다. 경찰은 이 씨 형제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도박 수익금을 빼돌리기 위해 매형 이 씨에게 2009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한 번에 10억여 원씩 10여 차례에 걸쳐 5만 원권 돈다발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이 돈을 전북 전주시 덕진동 자신의 아파트 다용도실과 침대 밑 등에 나눠 보관하다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돈을 묻기 위해 지난해 5월 전주에서 가까운 김제시 금구면의 마늘밭 990m²(300평)를 800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이후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김치통과 플라스틱 페인트통 27개에 나눠 110억여 원을 묻었다. 이 씨는 돈을 묻은 것을 숨기기 위해 마늘과 상추, 파를 심고 밭 관리용 컨테이너 박스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이 마을 김모 이장(46)은 “김제(金堤)에는 금구(金溝) 금산(金山) 금평(金平) 금천(金川) 등 쇠 금(金)자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고 실제로도 금이 많이 나던 고장이다”며 “일제강점기에 대규모 금광이 있었고 1980년대까지도 많은 양의 사금(沙金.모래를 걸러 얻는 금)이 나왔는데 이제는 땅에서 돈이 쏟아져 나오니 기이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김제=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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