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1부]<6>외국인 유학생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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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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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못따라가 캠퍼스 외톨이로… 불법체류자 전락하기도

《 국내 대학에 외국인 유학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1월 말 현재 외국인 순수 유학생은 6만8828명. 어학연수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1만8417명이다. 2005년과 비교하면 순수 유학생은 3.3배, 어학연수 유학생은 4.5배 증가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들어온 외국 젊은이들은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배울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과 학교에 대해 오히려 불신과 불만이 커지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6.3% 정도로 추정되는 불법 체류자도 문제. 외국인 유학생은 우리 사회에 어떤 존재일까. 》
○한국 배우러 왔다 반한 감정만…

한족인 A 씨(26·여)는 2007년 B대학에 유학을 왔다. 중국 현지에서는 B대학 교수들로부터 “원하는 이공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기대는 입학 초기부터 깨졌다. 원하는 전공학과에는 입학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권하는 다른 학과 3개 중에서 골라야 했다. 그나마 인기 있는 학과의 정원이 모두 차서 남은 학과를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 폐과(廢科) 위기였던 학과에 중국인 유학생을 채웠다고 그는 생각한다.

1, 2학기가 지나면서 학교를 빠져나가는 동료 유학생이 늘었다. 2학년 1학기가 되자 동기 30여 명이 모두 불법취업을 했다. A 씨도 결국 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장에서 만난 한국인과 결혼했지만 지난해 8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불법체류가 문제가 됐다.

B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123명 가운데 졸업생은 101명이었다. 이 중 중국으로 돌아간 학생은 40명(강제출국자 10명 포함)에 그쳤다. 나머지는 불법체류자로 국내에서 지낸다.

C대학의 경우 중국인 유학생과 교수들이 경찰에서 얼굴을 붉히며 다툰 적이 있다. 유학생들은 500만∼1000만 원을 주고 입학했지만 한국어 강의를 따라가지 못하자 불만을 터뜨렸다.

이를 알게 된 경찰이 수사에 나서 대학 관계자 9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학은 뒤늦게 유학생 관리 제도를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D여대 역시 유학생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2009년 당시 이 학교에는 외국인 유학생과 어학 연수생이 89명 있었다. 이들 가운데 22명이 기숙사를 떠나 불법취업을 하는 등 학업을 중간에 그만뒀다.

이 학교는 2010년부터 교수를 동남아의 자매결연 대학에 보내 유학생의 학업의지를 미리 점검한다. 어학연수반을 만들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식이다. 교수들은 외국인 유학생의 담임으로서 고민을 들어준다.

한 교수는 “유학생을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 배려를 하되 3번 이상 강의를 빠지면 학점을 주지 않으므로 학생들이 강의를 거르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따스한 지원 프로그램이 힘


지난해 12월 30일경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의 한 빌라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이 불로 빌라에 살던 중국인 장차오 씨(25)가 숨졌다. 그는 2008년 청주대 지적학과를 졸업했다. 지난해 1월 중국에서 결혼한 뒤 한국에 들어왔다. 아내 진즈 씨(28)는 청주대 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청주대는 진즈 씨를 돕기로 했다. 중국에서 오는 가족을 교직원들이 인천공항까지 가서 청주로 데려온 뒤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김윤배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은 성금 650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장례식이 끝나자 진즈 씨는 “학교의 세심한 배려가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청주대는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학부과정에 진학해 첫 학기를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이 잘 적응하도록 멘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한국인 학생 40명을 버디로 정해 러시아와 일본 학생을 매주 3시간씩 만나 지원하도록 했다. 정치섭 청주대 국제교류처장은 “외국인 유학생을 잘 가르치는 일은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를 육성하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동티모르 출신인 제이미 씨(23)는 대구 지역에서 ‘동티모르 대사’나 마찬가지다. 그는 계명대 경영학과 2학년. 지난해 대구 죽곡초등학교, 대구 고산중학교, 대구 보명학교 등 3곳을 찾아가 문화교실을 진행했다.

이 문화교실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교육과학기술부의 후원으로 2005년 11월 대구 경북지역에서 처음 시행했다. 한국인과 친해지는 기회가 되는 데다 유네스코로부터 봉사활동 증명서를 받으므로 외국인 유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계명대는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 유학생에게 학비 기숙사비는 물론 생활비(월 15만 원)까지 지원한다. 또 사물놀이 서예 도자기 체험행사를 교내에서 열거나 경북 안동 하회마을, 포항 포스코 등 산업 현장을 방문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캐나다 출신 유학생 앤드루 배넌 씨(22)는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獨지원센터, 도움 구하면 원스톱 해결” ▼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낯선 곳에서의 공부는 한편으론 설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오랜 직장생활을 한 뒤였지만, 독일에 도착해 대학으로 향하는 아우토반 위에서도 불안감은 계속됐다. 며칠 묵을 곳을 마련하고 맨 먼저 신학박사 과정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AA에서 한국으로 보낸 입학허가서에 적어준 연락처다. AA는 국제학생처(Akademisches Auslandsamt)의 약칭. 언어와 문화적으로 낯선 환경에서 외국인 학생의 적응을 돕는 기구다.

AA 조교와 만나 학사 일정과 체류 관련 사항 등 전반적인 정보를 듣고 관계자 면담 등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개강 일주일 전쯤 있었던 오리엔테이션이 인상 깊었다. 도서관 및 학교의 주요 시설, 행정업무에 대해 안내를 해줬다. 이어 각국에서 온 외국인 조교가 인솔해서 유학생활 중 필요한 행정관청을 비롯해 공공복지센터, 쇼핑센터를 둘러봤다. 저녁에는 만찬을 제공했다. 1400년대에 지은 레스토랑에서 각국 유학생과 함께 독일식 정찬을 먹었다.

시내의 경상대 건물에서 수업을 마치면 밤에는 어학원에 고급 독일어반 수업을 들으러 갔다. 대학 부설 어학원은 AA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기초부터 고급까지 무료로 야간 독일어 강좌를 열었다.

이처럼 학업을 시작하고 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단 AA에 가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거나 도움을 받게 된다. 당시 한 경제학과 학생이 법학박사 과정을 동시에 밟고 싶어 했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관련 부서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AA에서 나를 담당했던 토마라는 직원이 직접 나서서 여러 부서와 협의를 해줬다. 법과대학원이 규정을 검토하고 받아주기로 해서 이 학생은 학위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처럼 AA의 적극적인 도움은 유학생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지금까지도 나를 비롯한 많은 외국인 학생이 독일을 좋게 생각하는 이유다.

최승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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