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100년 만의 눈 폭탄]갇히고 막히고 끊기고… 도시기능 마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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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마을 640가구 1280명 사흘째 고립… “또 눈 온다니” 탄식

강원 강릉 삼척 동해시 등 동해안 시군은 11, 12일 내린 기록적인 폭설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허리춤까지 쌓인 눈으로 일부 지역은 대중교통의 발이 묶였고 산간지역 곳곳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또 비닐하우스가 붕괴되는 등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11일 오후부터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민관군 합동으로 대대적 제설작업에 나서 13일 오후까지 도심 주요 도로는 복구한 상태. 하지만 산간 연결 도로와 골목길에는 여전히 눈이 많이 쌓인 데다 14일 새벽 또다시 상당한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돼 설상가상(雪上加霜)인 상황이다.

○ 승용차 눈 속에 갇혀 이틀째 방치


12일 강릉 삼척 동해시내는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눈이 쌓였다. 폭설로 대중교통 운행이 거의 중단되자 시민들은 바깥출입을 아예 포기하거나 눈 쌓인 도로를 따라 걸어서 이동했다. 아파트 지상 주차장의 경우 차량들이 눈에 파묻혀 차 지붕만 간신히 보이는 것도 상당수였다.

삼척에 사는 한모 씨(44)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가 눈 속에 갇혔는데 차량들이 빽빽이 서 있는 탓에 눈 치울 엄두도 못 냈다”며 “13일 출장을 가는데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차편을 이용하지 못해 2시간 이상 늦게 출발했다”고 말했다.

동해안 7개 시군 시내·농어촌 버스는 187개 노선 중 182개가 결행되고 5개는 단축 운행됐다. 강릉시에서는 시내 2, 3개 노선을 제외한 80여 개 노선이 운행 중단돼 시내버스 100여 대가 멈춰 섰다. 이 때문에 이날 비상소집령이 내려진 지자체 공무원들도 귀가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집이 강릉시 외곽에 있는 서모 씨는 “집까지 차가 들어갈 수가 없어 이틀째 시내 여관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가 한때 출입이 통제됐고, 태백선 영동선 열차는 운행이 한때 지연됐다가 12일 오후 6시에야 정상화됐다. 폭설로 결행됐던 부산 대구 울진 시외버스 3개 노선은 13일 오전 운행이 재개됐지만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산간지역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릉 동해 삼척시 18개 마을, 640가구 주민 1280여 명은 현재 3일째 고립생활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눈 속에 울릉도 주민들의 ‘굴길’ 같은 일명 ‘토끼길’을 만들어 겨우 이웃끼리만 왕래하고 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뚫리려면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14일 눈이 더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고립생활이 풀리기를 체념한 눈치다.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에 사는 전영수 씨(70)는 “큰 도로는 벌써 뚫려 차들이 다니지만 산속 독거노인들은 오도 가도 못하니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 농업시설 붕괴 속출… 피해 눈덩이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13일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비닐하우스 310곳, 축산시설 10동 등 모두 320곳의 농업 및 축산시설이 붕괴돼 66억여 원의 관련 피해를 냈다.

지역별로는 강릉시의 피해가 가장 컸다. 강릉지역은 파프리카 재배시설이 폭설에 무너지면서 이날까지 총 35억 원의 농업시설 및 농작물 피해가 발행했다. 특히 강릉지역에서는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농가가 시름을 겪는 상황에서 폭설 피해까지 겹친 격이 됐다. 그러나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강릉과 삼척지역 항구에 정박 중이던 어선 24척이 눈 무게를 못 이기고 침수됐고, 계사가 무너져 닭 5만여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 강릉시, 제설 역부족에 시민 동참 호소


이번 폭설의 제설작업에는 민관군 1만4000여 명과 1700여 대의 장비가 투입됐다. 12일 오전부터 각 지자체는 민관군 합동으로 제설작업에 나서 도심 주요 도로는 정상 회복됐다. 그러나 골목길과 이면도로는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제설차량의 진입이 힘들어 여전히 애를 먹고 있는 상태다. 국도 7호선 삼척과 양양 구간에서는 폭설로 차량 250여 대와 탑승객 350여 명이 고립돼 17시간가량 추위와 배고픔에 떨기도 했다. 이번 제설작업에는 육군 8군단과 예하 사단 장병 6600여 명, 경찰 2000여 명이 투입돼 도로 곳곳에서 제설작업을 벌였다. 특히 장병들은 11일 밤부터 폭설과 눈길 사고로 교통이 두절된 국도 7호선에서 밤샘 제설작업을 벌였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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