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졸업식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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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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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장 만들어 부모님께 드리고···
학생들 댄스공연에 선생님들 축하무대···

졸업식이 학생 참여형, 축제형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졸업식에서 공연 할 대구 월배중 3학년 학생들의 합창 모습(왼쪽 아래)과 인천 정각중 3학년들이 졸업기념으로 만드는 조형물인 ‘꿈꾸는 고래’ 제작 과정(오른쪽 위).
졸업식이 학생 참여형, 축제형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졸업식에서 공연 할 대구 월배중 3학년 학생들의 합창 모습(왼쪽 아래)과 인천 정각중 3학년들이 졸업기념으로 만드는 조형물인 ‘꿈꾸는 고래’ 제작 과정(오른쪽 위).
《졸업식. 이제는 아쉬움에 눈물 흘리는 감동적인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새 교복 찢기, 밀가루 뿌리기, 계란 던지기, 물에 빠뜨리기 같은 일탈과 폭력의 순간이 떠오른다. 졸업 시즌이 다가오자 정부부터 올바른 졸업문화를 전도하기 위한 예방활동을 진행한다고 하니, 씁쓸하다.수렁에 빠진 중고교 졸업식.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잘못된 졸업식 문화를 근본부터 뜯어고치면서 ‘참여형’ ‘축제형’ 졸업식으로 바꾸는 학교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내가 만든 감사장 전달··· 졸업생, 주인 되다

졸업생이 호명된다. 한 명씩 이름이 불리는 순간 강당의 커다란 벽면에는 해당 학생의 사진이 선명히 떠오른다. 담임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꼭 껴안아주면서 졸업장을 전달한다. 졸업장을 받은 학생은 졸업장 안에 있던 ‘감사장’을 꺼낸다. 이 감사장을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에게 직접 전달한다. 감사장에는 ‘3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 해 주신 부모님 감사드립니다’ ‘할머니께서는 늘 저를 보듬어 주시고 사랑해 주셨기에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9일 열리는 충북대사대부중 졸업식 시나리오의 한 장면. 이 학교 김창식 교사는 “졸업장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든 감사장을 주위 사람들에게 드림으로써 졸업식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졸업식은 이랬다. 학교장 말씀이 끝나고 대표 학생에게 개근상, 우등상, 졸업장을 줬다. 교단에서 상을 받지 못하는 졸업생들은? 한 시간 넘게 자리에 앉아 열심히 박수를 친다. 스스로 ‘들러리’라고 자괴하게 되는 적잖은 졸업생들은 졸업식이 끝나면 따로 모여 ‘뒤풀이’ 행사를 가지곤 했다.

졸업식을 둘러싸고 최근 일선 중고교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모든 졸업생이 주목받는 방식을 통해 기형적인 뒤풀이 행태에 대한 ‘수요’ 자체를 없애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장이 졸업생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졸업장을 모두에게 전달하거나 전교생의 졸업소감을 촬영한 손수제작물(UCC)을 졸업식에서 상영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졸업생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취지에서 ‘미니 졸업식’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기도 한다. 경남 동진여중은 졸업생이 모두 참여하는 졸업식 전날 학급별 미니 졸업식을 진행한다. 학급 졸업식은 오롯이 학생들이 계획한 이벤트로 이뤄진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마다 ‘졸업식 프로젝트팀’이 구성됐고, 이들은 학급 회의를 통해 학급 졸업식 일정과 내용을 짰다. 프리 허그, 경품 추첨, 과거사진 공개, 특별상 수여 같은 개성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이 학교 3학년 4반 반장인 황선영 양(16)도 요리대회, 단체 게임 같은 특별한 미니 졸업식을 기획했다. 황 양은 “커다란 종이에 각자 반 친구들에게 보내는 칭찬의 메시지를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합창부터 뮤지컬까지··· 졸업식, 축제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모여서 노래연습을 한다? 사실이다. 대구 월배중 3학년들의 모습이다. 지난해 말 열린 교내 합창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둔 3학년 세 반이 졸업식에서 졸업 ‘자축’ 합창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요 ‘해피투게더’의 합창을 연습중인 이 학교 3학년 하수경 양(16)은 “연합고사가 끝난 뒤 틈날 때마다 모여 연습했다”면서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룰 때 느꼈던 ‘할 수 있다’는 느낌은 그 어떤 졸업선물보다 값질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런 뜻에서 졸업생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축제’ 같은 졸업식도 등장하고 있다. 학생들의 꿈을 담은 전시작품이나 UCC가 등장하고 후배, 학부모, 교사들이 나선 졸업 축하 특별무대까지 진행된다.

인천 정각중은 전시와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형 졸업식을 기획했다. 한 쪽 벽면에는 졸업생들이 만든 ‘꿈꾸는 고래’란 이름의 조형물이 장식됐다. 이는 졸업생 각자가 지점토를 이용해 자신의 꿈을 형상화한 뒤 커다란 고래 모양으로 연결해 붙인 작품. 음악가가 꿈인 학생은 ‘음표’를, 사진작가가 꿈이면 ‘카메라’를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노래, 댄스 공연과 선생님, 학부모가 준비한 축하무대도 열린다.

이 학교 3학년 변예린 양의 어머니 남경희 씨(48)는 “학부모 13명이 모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을 각색해 보여줄 예정”이라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졸업 후에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담아 공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동진여중 1, 2학년 방송부는 3학년 선배들의 졸업식 때 깜짝 공개할 영상을 방학 내내 제작했다. 이들은 인근 고등학교로 달려가 수능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은 선배를 만나 ‘고등학교 공부법’을 주제로 인터뷰해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 학교 방송부원인 2학년 변수정 양(15)은 “졸업하는 선배들이 1, 2학년 시절 함께했던 담임선생님들을 만나 졸업축하 메시지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선생님들도 모두 찾아가 인터뷰했다”면서 “애정을 담아 졸업생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주시는 담임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 감동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구의 한 중학교는 졸업식 당일 졸업생들이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오도록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졸업생들의 교복을 모두 모아 후배들에게 물려주도록 할 것”이라면서 “교복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졸업생들이 교복을 찢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막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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