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모선, 25일간 삼호주얼리호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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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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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중순 팀 꾸려 소말리아 가라드항 출발
납치훈련 받아… ‘石선장 총알’ 해적 소총탄환 확인

《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조사 결과 해군 작전 과정에서 사살된 해적 두목 아브디 리스끄 샤끄(28)는 7차례의 선박 납치 경험이 있는 것으로 6일 드러났다. 또 해적이 선원들의 소지품을 뒤져 강탈한 현금과 귀중품은 모두 2750만 원어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수사본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수사결과를 7일 발표한 뒤 해적 5명의 신병과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
○ 해적 공모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혐의로 국내에 압송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해적이 조사를 받으러 6일 오전 부산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혐의로 국내에 압송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해적이 조사를 받으러 6일 오전 부산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해적 13명은 소말리아 북부 푼틀란드 지방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중순경 선박 납치 등을 목적으로 팀을 꾸림.

같은 달 22일경 이란 국적 40∼50t급 어선을 모선으로 소말리아 가라드 항을 출항한 뒤 납치할 선박을 찾아 약 25일간 항해. 이 과정에서 총기조작 및 사격술과 사다리 이용한 선박 진입 훈련을 약 15일간 받음.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이들은 삼호해운㈜에 몸값을 요구하는 등 사전에 해적 행위를 공모. 삼호주얼리호 표적 납치는 사건을 주도한 해적 두목이 숨져 수사 못함.

○ 선박 강취 및 선박 운항 강요


지난달 15일 오전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 해 공해상을 항해 중이던 삼호주얼리호에 대전차로켓포 등으로 무장한 해적 5명이 먼저 스키프보트(고속단정)를 타고 접근한 뒤 갈고리가 연결된 로프와 사다리 등을 이용해 배에 올라타고 선박을 납치.

나머지 해적 8명은 2차로 배에 올라 선미 로프창고에 숨어 있던 선원들을 살상용 무기로 위협. 또 조타실과 선실 등에 감금한 뒤 항로를 해적 본거지인 소말리아로 향하도록 강요.

○ 몸값 요구


해적들은 두 차례에 걸쳐 석해균 선장을 통해 삼호해운에 전화를 걺. 해적 두목은 삼호해운 관계자에게 “우리는 돈을 원한다. 돈을 준비해라. 소말리아로 입항한다”며 몸값을 요구.

○ 청해부대 작전 대항


청해부대 진압작전 당시 해적들은 조타실 옆 외곽에 한국인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세움. 해적들은 갖고 있던 살상용 무기류 등으로 진압하던 해군 장병 3명을 살해하기 위해 조준사격.

○ 석 선장에 대한 해상강도 살인미수


생포한 해적 가운데 1명은 지난달 21일 해군 진압작전이 시작되자 조타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석 선장을 살해하기 위해 지니고 있던 소총을 발사해 석 선장에게 의식불명 상태의 중상을 입힘.

조타실에 있던 한국 선원들의 일관된 진술과 석 선장의 몸에서 나온 AK 소총 탄환, 조타실 바닥 총탄 흔적 등으로 해적 1명이 석 선장에게 총을 쏜 사실이 입증됨.

○ 여죄 수사

지난해 10월 해적에게 납치된 원양어선 금미305호 등 과거 우리 선박 피랍과 이들의 연관성 여부를 조사했지만 생포된 해적들은 모두 “모른다”며 일관되게 진술해 관련성 확인 못함.

○ 수사 결론


해적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위력을 이용해 해상에서 삼호해운 소유 삼호주얼리호(시가 500억 원 상당)와 선박에 실려 있던 화물(시가 70억 원 상당), 선원 소지품을 뒤져 현금과 귀중품 등 2750만 원 상당을 강취.

또 스리랑카로 향하던 삼호주얼리호 항로를 강제로 변경. 배에 있던 석 선장 등 21명을 인질로 잡고 선박 운영사에 몸값을 요구했지만 삼호해운이 응하기 전에 해군에 진압돼 미수에 그침.

이런 점으로 볼 때 해상강도 살인미수,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인질강도 살인미수,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살인미수의 죄책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함.

▼‘해적수사 매뉴얼’ 통했다▼

소말리아 사진 보여주며 해적 자백유도 등 16가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에게 총을 난사한 유력 용의자인 무함마드 아라이가 총기 소유 사실을 인정하고 동료 해적 4명이 아라이를 용의자로 지목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던 해적들의 입이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마련한 ‘16가지 해적 수사 매뉴얼’(표)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법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해적 수사인 데다 2중 통역으로 수사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되자 수사본부는 미리 ‘필드 매뉴얼(FM)’ 형태로 만들었다.

해적 수사 매뉴얼은 피의자 인권 건강 종교 회유 수사기본 사항 위주로 꾸몄다. △소말리아 사진, 풍경, 영화를 보여주며 심리적 자극으로 회유 △국내 이슬람학자를 통해 회유 △조직, 범행 전모 등 부담 가는 내용 대신 순차 조사 △가족 또는 현지 조직원 확보되면 연결 △자술서 5회 이상 작성 등을 담았다. ‘해적이라도 인권은 존중하되 이번 해적 수사가 국제 표본이 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말고 절차 등 수사기본을 착실히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백이 나올 수 있도록 해적 건강 상태에 관심을 두고 종교적 감성적 심리적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회유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시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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