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개의 습격… 야생노루 ‘혼비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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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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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산간지역 목장서 한라산 노루떼 피습현장 첫 카메라 포착

제주시 산간지역 목장에서 갑자기 나타난 들개(앞)가 한라산 야생노루를 습격했다. 유기견이 야생화한 것으로 보이는 들개는 빠른 속도로 노루에게 접근했으나 피해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산간지역 목장에서 갑자기 나타난 들개(앞)가 한라산 야생노루를 습격했다. 유기견이 야생화한 것으로 보이는 들개는 빠른 속도로 노루에게 접근했으나 피해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들판의 정적이 순식간에 깨졌다. 들개 출현에 놀란 한라산 야생노루들이 혼비백산 달아났다. 들개의 날카롭게 짖는 소리도, 야생노루의 ‘웩웩’거리는 울부짖음도 없었다. 오로지 눈 위를 뛰는 노루 떼의 발굽 소리만 들렸다.

한파로 섬이 꽁꽁 얼어붙은 16일 오후 4시경 제주시 해안동 해발 400m 산간지역 목장. 100마리에 가까운 노루가 먹이를 찾아 들판을 헤집고 다녔다. 10여 마리가 풀을 뜯는 모습이 간혹 잡히기는 하지만 수십 마리가 무리지어 있는 것은 드문 일. 한라산 고지대에서 생활하던 노루들이 먹이를 찾아 저지대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다.

인기척이 나면 우두머리로 보이는 노루가 고개를 들어 경계했다. 다른 움직임을 느꼈는지 노루 무리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루들이 갑자기 들판 고지대로 한꺼번에 달리기 시작했다. 서쪽에서 나타난 들개가 노루 무리를 습격한 것이다. 들개가 빠른 속도로 공격했으나 노루들은 대부분 덤불과 고지대로 피신했다. 들개 목에는 개 목걸이가 보였다. 유기견이 야생화한 것으로 보인다.

들개가 노루를 습격하는 사례가 해마다 발생하지만 습격 현장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시에 접수된 들개에 의한 노루 피해는 2008년 13마리, 2009년 3마리 등이다. 노루가 습격을 당하더라도 사체가 부패하거나 까마귀 등이 쪼아 먹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 오장근 박사는 “겨울에는 노루들이 영역싸움을 하지 않고 여러 가족이 무리지어 함께 먹이를 찾아다닌다”며 “떼 지어 움직이기 때문에 들개에 의한 노루 피해가 많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들개들이 먹이로 노루를 잡기도 하지만 일부는 겨울철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둔해지는 노루를 장난삼아 물어뜯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가축과 야생노루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유해 야생동물 구제반’을 가동해 들개 15마리를 잡았다. 대부분 가정 등에서 기르던 개들이 야생화한 들개는 인기척에 민감하고 움직임이 빨라 잡기가 쉽지 않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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