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로 출근하듯 한 공직자 37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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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조사 확대… 강원랜드 626차례 드나든 국립대 교수도
VIP룸 이용-자금담당 등 77명 도박자금 출처 조사

“평일에만 402차례? 너무 심하네.”

강원랜드 카지노를 상습적으로 출입한 공직자를 조사하던 감사원 직원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46개월 동안 평일에 60차례 이상 강원랜드를 드나든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은 모두 37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모 공기업의 간부 A 씨는 402차례나 카지노를 찾았다. 사흘에 한 번꼴인 셈이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 B 씨는 주말을 포함해 626차례 강원랜드를 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공기업의 간부 C 씨는 콤프(카지노 이용자에게 베팅 금액의 1%를 마일리지 형태로 제공하는 것) 누적액이 1억 원으로 나타나 누적 베팅 금액이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C 씨는 “카지노에서 딴 돈으로 다시 게임을 한 것이지 종잣돈은 얼마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들 중 77명을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선별 기준은 △현금 3000만 원 이상을 휴대해야 입장이 가능한 VIP룸을 이용했거나 △콤프가 1300만 원 이상이거나 △고위직(공무원 5급, 공공기관 2급 이상)이거나 △자금 담당 업무를 하는 사람이다. 차관보급(1급) 1명을 포함해 5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7, 8명, 공공기관 고위직은 10명 안팎이다. 감사원이 이들의 근무기록과 강원랜드 출입기록을 일일이 대조한 결과 50여 명은 무단으로 결근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외출해 강원랜드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무단으로 카지노를 자주 찾은 사람들은 한직에서 일하거나 근태(勤怠) 점검이 취약한 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직자는 허위로 출장신청서를 내 상급자를 속이고 카지노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들의 도박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감사원 측은 “일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도박을 한 뒤 갚지 못해 여러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공금을 횡령하거나 업무 관련자들에게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1차 조사를 이달 안에 매듭짓고, 다음 달부터는 나머지 300여 명에 대해서도 근태에 문제점이 없는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직책과 직위로 볼 때 도박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러운 150여 명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감사원은 올해 상반기에 공직비리 척결을 위한 직무감찰 강화, 복지정책의 적정성을 점검할 태스크포스 신설, 지방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한 특별감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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