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3중벽… 檢 “수사 어떻게 하란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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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명 불충분”… “증거인멸 도주우려 없어서”… “방어권보장 필요”
강희락 영장 기각에 격앙… 재청구 하기로… 법원 “불구속 상태에서 유-무죄 다퉈도 돼”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 수사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주춤하면서 검찰의 법원에 대한 불만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C&그룹 비리사건,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등 주요 사건 수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불만이 누적돼 있던 상황에서 또다시 ‘함바 게이트’ 수사에서 강 전 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C&그룹의 전 재무총괄 사장인 정모 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검찰은 “그룹 내부의 자금 운용과정을 잘 알고 있는 정 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태였는데도 도주 우려가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 씨는 며칠 뒤 재청구한 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도 지난해 12월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의혹이 있는 한화그룹 전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홍동옥 여천NC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서울서부지검은 홍 사장을 먼저 구속한 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계열사 부당지원 지시 의혹 등을 밝혀내려 했으나, 영장 기각으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아직까지도 수사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강 전 청장 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서도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은 “강 전 청장이 지난해 8월 브로커 유상봉 씨에게 도피자금까지 건넸는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격앙된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할 염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하고, 부인하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하는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영장 기각은 ‘낮은 수위’의 혐의 입증도 안 됐다는 의미”라며 “그렇다고 영장 기각이 곧 무죄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의 방어권이 보장된 불구속 상태에서 유·무죄를 다투면 된다”고 반박했다. 강 전 청장이 유 씨에게서 돈을 받은 점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이 돈이 경찰관 인사 청탁의 대가인지 소명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부임해 경찰 인사권을 쥐고 있던 때인 2009년 8∼12월에 건네진 1억1000여만 원이 포괄적으로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법원은 직무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은 강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4일경으로 예정했던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연기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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