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남준희/결혼식 화환 이젠 안 보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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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이 딸을 결혼시킨다며 날더러 아주 조심스럽게 “축의금 대신 화환을 보내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인은 결혼식에 커다란 화환 하나 보이지 않으면 남들 보기에 약간 창피할 수도 있고 특히 내가 좀 잘 알려진 유명인사와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그 유명인의 이름으로 된 화환을 하나 부탁한다고 했다. 나는 결혼식 날 유명인사의 이름을 적어 결혼식장에 세워줬다. 지인은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지인의 사돈댁에서는 꽤나 유명한 사람의 화환이 내세워질 것 같은데 이쪽은 그런 게 전혀 없으면 사돈댁 보기에도 민망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우리는 소위 “직업이 뭐냐” 혹은 “아버지는 뭐 하시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직업에 귀천이 없지만 이런 물음은 상대방의 높낮이를 평가하고 은근히 상대를 자로 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체면치레용으로 과시되기도 한다. 이런 비생산적인 허위의식은 하루빨리 버려야 하지 않을까.

남준희 경기 고양시 성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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