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싫어”… “스트레스 풀려고”… ‘묻지마 살인’ 올해 서울서만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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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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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소리 싫어”… “스트레스 풀려고”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묻지마 살인’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살인사건을 포함해 올 들어 서울에서만 3건이 발생했다. 2월 중구 신당동에서 밤늦게 귀가하던 여성이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며 칼을 휘두른 남성에게 살해당한 데 이어 8월에는 ‘단란한 가족의 웃음소리가 듣기 싫다’며 양천구 신정동 옥탑방에 들어가 가장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전국 살인 피의자 현황’에 따르면 우발적이거나 현실 불만 등을 이유로 저지른 ‘묻지마 범죄’ 성향의 살인 사건은 2007년 366건에서 지난해 572건으로 2년 새 56%나 급증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에서 한 해 평균 200여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올해 서울에서만 ‘묻지마 살인’이 3건이나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잠원동 살인사건 용의자인 박모 씨의 경우 외국 명문대를 중퇴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대한 반감이나 열등감이 심해졌고, 그로부터 심리적으로 도피를 하는 과정에서 게임에 중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 씨가 특히 폭력적인 내용의 게임을 반복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내재돼 있던 피해의식이 반사회적 범죄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바깥과의 접촉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경우 고립감에 시달리다가 결과적으로 가상과 현실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며 “살인 등의 중범죄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저지르게 되는 이유”라고 해석했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를 줄이려면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선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인지해야 하고 국가는 이들을 지원할 정신보건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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