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호, 너울성 파도로 기울면서 침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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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인근 해역서 조업하던 제707홍진호 주장"

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에서 조업중 침몰한 한국 원양어선 제1인성호는 기상악화에 따른 너울성 파도로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한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인성호에 탔다 구조된 선원 2명이 선사인 인성실업에 보낸 사고보고서와 인성호로부터 처음 구조요청을 받고 선원들을 구조한 707홍진호 선장의 사고보고서에 담겨 있다.

인성호 선원과 홍진호 선장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13일 오전 6시20분께(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쪽 남극 해역 맥머도섬에서 북쪽으로 1800km 떨어진 해상에서 인성호가 무전으로 707홍진호에 "배에 이상이 생겨 침몰하고 있다"고 연락해왔다.

인성호와 5㎞정도 떨어져 있었던 홍진호는 전속력으로 인성호가 있는 곳으로 항해하다 6시25분께 인성호에서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며 전복됐고 2¤3분후 선미부터 침몰했다'는 연락을 추가로 받았다.

홍진호는 6시40분께 사고현장에 도착, 바다에 빠진 선원 21명을 구조하고 시신 4구를 인양했다.

구조된 1등 항해사 김석기씨는 사고보고서에서 "근무를 마치고 자려는데 배가 흔들려 나왔더니 우현으로 60도 기울어져 있었고 엔진이 꺼진 뒤 선저가 보일 정도로 침몰했다"며 "선원들이 바다로 뛰어들었고 나와 외국인 선원들은 선수(船首)로 이동했다 홍진호 구명보트에 가까스로 구조됐다"라고 말했다.

2등 항해사 최경국씨도 "5시50분 이미 배가 심하게 기울어 배 오른쪽 통로가 침수돼 선장이 선수를 바람방향으로 틀었지만 배가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다"고 말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인성호가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했다면 배의 왼쪽에서 강한 너울성 파도를 맞아 '복원성'이 낮아져 중심을 잃으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바닷물이 배에 들어와 하중을 못 이겨 배가 침수되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707홍진호 등 한국 어선 3척과 뉴질랜드 어선 2척은 사고 해역에서 이틀째 실종자 수색을 벌였지만 추가로 실종자를 찾아내진 못했다.

뉴질랜드구조센터(RCCNZ) 측은 "인성호가 침몰된지 30여 시간이 지나 추가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더이상 할 수 없다"며 수색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우리 측 어선 1척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15일에는 러시아 어선 1척이 수색작업에 투입된다.

한편 사망, 실종 선원 가족들은 인성실업 부산지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가족들은 홍진호 선장과 국제전화로 사고 상황과 구조작업 진행상황을 물었다.

홍진호 선장은 "너울성 파도로 배가 침몰한 것으로 본다"며 "사고해역 수온이 1도여서 물에 빠지면 5분 안에 심장마비나 저체온증이 올 정도이며 심한 경우 심장박동이 멈출 정도여서 실종 선원들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사고 통보시간이 6시간이나 늦은 것에 대해 선사에 강력 항의했다. 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선사 측에 수색작업에 더욱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사고지점이 뉴질랜드에서 남쪽으로 1400마일(2593km)이나 떨어져 있고 수색작업이 계속될 예정이어서 생존 선원들이 국내로 입국하거나 숨진 선원 시신이 국내로 운구 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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