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밖에 못간 ‘5000원 통큰치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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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논란 확산… 롯데마트 “16일부터 판매중단”… 공정위,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5곳 가격담합 조사

영세사업자 보호가 중요한가, 소비자의 선택권이 중요한가를 놓고 논쟁을 일으켰던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발매 1주일 만에 사라지게 됐다. 롯데마트는 1마리에 5000원인 프라이드치킨 판매를 16일부터 중단한다고 13일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서는 “그동안 치킨 값이 너무 비쌌다” “영세업체를 죽이는 대기업의 횡포는 사라져야 한다”는 등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5개 업체 등의 가격담합 문제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9일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치킨 판매를 시작하면서 “원자재를 대량 구입해 원가를 줄임으로써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의 치킨을 저렴한 가격에 1년 내내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명분에도 결국 치킨전문점 업주들의 반발과 자영업자 등 서민들과의 상생을 중요시한 정치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판매 1주일 만에 백기(白旗)를 든 셈이 됐다.

롯데마트는 갑작스러운 판매 중단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고려해 판매 중단 시점을 3일 후로 잡았다. 이미 준비한 닭 약 5만 마리는 연말까지 각 점포 인근에 거주하는 불우이웃에게 기증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치킨 판매 중단 결정을 두고 사회 각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다른 치킨업체 치킨은 너무 비싸고 가정형편도 어려워 아이들도 제대로 못 사 먹였는데 롯데마트에서 저렴한 치킨이 나오자마자 판매를 안 한다니 너무한다”고 했다. 반면에 다른 누리꾼은 “대기업에서 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면 되겠느냐”며 “판매 중단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공정위에 롯데마트를 신고하겠다고 나섰던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판매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시장경제 원리를 거스른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이날 “싼값에 파는 치킨을 공격하는 것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앗아가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처럼 나라에서 한 달에 50만 원을 받아 겨우 살아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롯데마트 치킨 같은 것이 생겨 (치킨 값을) 1만2000원 절약할 수 있었는데 이를 공격하는 것은 그들의 소득을 앗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롯데마트의 값싼 치킨 판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相生)이 아니라 영세상인을 위협하는 살생(殺生)”이라며 비난해왔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트위터에 롯데마트를 비난하는 내용을 올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가 정 수석에게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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