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도 ‘법인화 검토’ 착수

  • 동아일보

■ 서울대 법인화법 통과 여진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열린 서울대법인화법 날치기통과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대 교직원과 학생들이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열린 서울대법인화법 날치기통과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대 교직원과 학생들이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국회에서 8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 법인화법)’이 통과되자 서울대는 ‘법인 서울대’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대는 9일 오연천 총장 등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열고 법인설립준비위원회 구성과 절차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장은 오 총장이 맡고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대학 정관과 학칙 개정, 교직원 신분 전환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대 총학생회와 공무원노조 등에서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10일 오전 11시 법인화법 졸속 처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호문혁 교수협의회장은 “법인화에는 찬성하지만 법인화가 돼도 서울대가 정부에 예산을 구걸할 수밖에 없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직원들은 신분 변화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공무원노조 정용철 위원장은 “교직원들의 신변 등 많은 변화가 발생하는데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법인화하면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법인화법에 따르면 법인 직원으로 전환하지 않는 교직원의 신분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서울대 내 독립법인인 산학협력단의 한 직원은 “법인화가 되면 기성회직원 등 신분이 불안한 직원들이 서울대 공무원직원과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9일 교내에서 법인화 반대 집회를 열고 “법인화 반대 여론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절차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등 300여 명도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집회를 열고 “날치기 통과된 서울대 법인화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편 다른 국립대들도 전환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부산대는 2013년까지 전환한다는 계획 아래 연구안을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동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러나 정용하 교수회장은 “기부금 등이 부족하고 채권을 자체 발행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법인화하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는 곧 법인화 추진전담팀을 구성할 예정이지만 교수회는 법인화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충남대도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교수회의 반대가 변수다. 전남대도 지난달 법인화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체제와 조직, 교육연구 등 5개 분야를 연구한 뒤 내년 상반기에 법인화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원대, 전북대, 충북대는 아직 공식 논의가 없는 상태이지만 서울대와 다른 국립대의 움직임을 봐가며 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