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다자녀’ 특혜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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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올해부터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포함
‘셋이상 가정’ 강남 3구가 70%… “부유층에 유리”지적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입시를 앞두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구 A초교에서는 올해 대원국제중 '다자녀 전형'에 4명이 지원해 2명이 합격했다. 일반 전형(38명 지원 5명 합격)보다 합격률이 높았다. 이 학교 교감은 25일 "강남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고 어머니도 전업 주부가 많아 자녀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국제중을 비롯해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입시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 지원 자격에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을 포함시켰다. 정원 20%를 채우도록 돼 있는 사배자 전형이 지난해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편법 입학 통로로 변질되자 대책을 내놓은 것.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사회적 특혜자 전형이 생겼다”는 비판이 많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없는 게 첫 번째 문제다. 동아일보에서 시교육청에 ‘중학교별 다자녀 가구 현황’을 요청했지만 “관련 자료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대신 한국전력이 세 자녀 이상 등 대가족의 가정 전기요금을 깎아준 명세를 보면 다자녀 강남 쏠림 현상을 유추할 수 있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는 대가족 할인 혜택 가정 비율이 69.9%로 전국 평균(52.8%)을 웃돌았다.

강북지역의 한 사립 중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에는 3학년에 다자녀 자녀가 26명 있지만 이 중 자율고 또는 특목고 진학 희망자는 5명뿐이다. 반면 강남에 있는 B중은 29명 중 25명이 생각이 있다고 들었다”며 “사배자 전형은 추첨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성적순으로 뽑는 것도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입시 정보는 이미 양천구 목동까지 번졌다. 강북지역 B자율고 교감은 “목동 사는 학부모가 ‘그쪽 중학교는 다자녀 사정이 어떠냐’고 전화를 걸어왔더라. 목동에서는 다자녀 전형을 노리는 학부모가 너무 많아 경쟁률이 높아서 우리 학교에 지원하면 어떻겠냐고 문의했던 것”이라며 “시교육청이 당장 경쟁률만 높이려고 엉뚱한 대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특혜 전형’ 논란에도 사배자 전형 정원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입시부터 다자녀 전형을 신설했지만 곳곳에서 미달 사태가 생겼다.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 외고, 자율고 입시에서 미달이 된 전형 7개 모두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었다.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경기지역 외고는 일반전형 경쟁률이 내려간 것도 사실이지만 사배자 정원이 늘면서 전체 경쟁률이 떨어졌다”며 “최근 입시 설명회에서도 다자녀 가정 전형을 묻는 학부모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다자녀 가구를 포함시킨 건 정부 방침이다. 또 사배자 10%는 저소득층 우선 선발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남에는 저소득층 해당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잘사는 다자녀 학생들만 뽑힐 것”이라는 반론이 여전하다. 또 다른 시도와 달리 서울에서는 다자녀 가정 자녀이면 첫째부터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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