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일신여고 2학년 권보영 양이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만났다. 비스트는 권 양에게 “‘악바리’처럼 도전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장현승, 윤두준, 손동운, 양요섭, 권보영 양, 용준형, 이기광.
《카메라에 빨간 불이 켜졌다. 조명이 일제히 무대를 비췄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BEAST)’가 등장했다.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2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CJ E&M 센터에서 엠카운트다운 사전녹화가 진행됐다. 비스트는 그들의 노래 ‘숨’을 다섯 번 되풀이해 연속으로 불렀다. 이유는 단순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가 무대를 잘못 잡아서’ ‘오디오에 이상한 소리가 섞여서’ 등이었다. 멤버들은 땀범벅이 됐다. 하지만 카메라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눈빛과 표정을 가다듬었다. 내내 불평 한마디 없었다.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 그룹을 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아직 차갑다. 학부모가 본 아이돌 그룹은 철없이 허상을 좇는 청소년들일 뿐이다. 학부모는 자녀가 ‘아이돌 그룹을 닮고 싶다’고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다르다. 아이돌 가수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연습생 시절을 견뎠는지를 안다.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열정과 도전의식을 닮고 싶다.》 충북 일신여고 2학년 권보영 양(17)의 장래희망은 음악방송 PD다. 또 아이돌 가수와 대중음악을 사랑한다. 그는 자신의 음악방송 첫 무대에 비스트를 초청하고 싶다. “가창력도 좋고 누구보다 노력하는 열정적인 프로 가수”란 생각에서다.
‘꿈을 만나다’는 비스트를 만나는 절호의 자리에 비스트의 ‘왕팬’이라는 권 양을 초대했다. 권 양은 “비스트를 미래의 내 음악방송에 초청하겠다”는 일념으로 충북 청주에서 첫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 여고생과 20대 초반의 아이돌 가수 6명은 서로에게서 공감대를 금세 찾아냈다. 바로, ‘꿈’이었다.
비스트는 최근 네 번째 미니앨범 ‘라이츠 고 온 어게인(Lights go on again)’을 발매했다. 타이틀곡은 밝고 사랑스러운 멜로디와 가사를 지닌 ‘뷰티풀(Beautiful)’. 벌써 음원차트 상위권이다. 세 번째 미니앨범 ‘마스터마인드(Mastermind)’ 활동을 정리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 이렇게 빨리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보컬 이기광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애착도 가고 자신 있는 곡”이라면서 “팬들이 원하는 밝고 사랑스러운 무대를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비스트는 데뷔한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거의 쉬지 않고 방송활동을 해왔다. 대표곡도 많다. ‘배드 걸(Bad Girl)’ ‘미스테리(Mystery)’ ‘쇼크(Shock)’ ‘숨’ 등. 리더이자 보컬인 윤두준은 “매 순간이 비스트를 대중에게 알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 정말 빛나는 것 같아요. 멋진 무대를 위해 연습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어요. 특히 장현승 씨. 별명이 ‘악바리’라면서요?”
권 양이 질문했다. 보컬 장현승은 “비스트 멤버들은 모두 ‘연습은 가수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하루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다른 멤버들도 ‘악바리’ 기질이 강하다. 오디션에 불합격해도 포기하지 않았다. 쉬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 보컬 양요섭은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어도 끈질기게 다시 오디션을 봤다”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 여섯 명이 모여 지금의 비스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비스트 멤버들은 모두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견뎠다. 힘든 수험생활을 앞둔 예비 고3 권 양은 비스트의 슬럼프 극복법이 궁금했다. 그는 비스트에게 “연습생 시절에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이겨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힘들 때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멤버들이 말하는 슬럼프 극복법.
“5, 6년 동안 연습하면서 슬럼프가 수없이 찾아왔어요. 그 때마다 ‘오늘은 잘 안 풀리는 날’이라고 인정했죠.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하면 힘들더라고요. 부진했던 하루를 인정하고 나면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어요.”(요섭)
“한 가수 선배가 해준 말을 끊임없이 되새겼어요. ‘훌륭한 가수가 되기 위해선 열 번의 슬럼프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었죠. 슬럼프가 찾아오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동운)
“슬럼프가 찾아오면? 다시 연습했어요. 더 노력했고요.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믿었어요.”(두준)
그들은 오랜 인내의 시간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권 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말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 깨달음을 얻은 눈치였다.
“비스트의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나요?” 윤 양의 질문에 멤버들은 눈을 반짝였다. 래퍼 용준형은 “우리는 오랜 연습생 생활을 했기에 학창시절을 즐길 기회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보컬 손동운은 “학교축제의 장기자랑 무대에 섰던 기억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면서 “그때부터 무대에 서길 좋아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가수의 꿈만 바라보고 달려온 비스트의 ‘정답’이었다.
마지막으로 권 양이 비스트에게 자신의 꿈을 밝혔다. 방송국 PD가 돼 멋진 음악방송을 제작하고 싶다는 것. 권 양은 당당하게 “꼭 PD가 될 테니 나의 첫 방송에 출연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스트 멤버들 모두 흔쾌히 “예스”라고 답했다.
“첫 방송 마지막 무대를 비스트가 맡을게요. 정말 열정적이고 멋진 무대로 가득 채울 테니 기대해줘요. MC도 꼭 시켜주세요(웃음).”(두준)
“남은 시간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꼭 PD가 돼서 비스트를 찾아갈게요. 그때 다른 말 하기 없기예요!”(권 양)
꿈을 공유하면서 아이돌 그룹과 여고생은 공통분모를 찾았다. 그들이 만든 청사진은 명랑했다. 막연한 단어였던 ‘열정’이 이젠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권 양은 “비스트처럼 노력해 꼭 성공하겠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다짐, 조금도 우습지 않았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보영양 방송에 꼭 출연’ 오빠들이 써 준 각서… 공부 힘들때마다 꺼내 읽을 거에요
정말 꿈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직접 만난 것이죠. 비스트를 만나기 전날 밤, 밤새도록 하고 싶은 질문을 생각하고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 고민했어요. 제가 사는 곳은 충북 청주. 한숨도 못 자고 새벽 6시에 서울로 가는 첫 버스를 탔습니다. 서울 마포구 CJ E&M 센터의 비스트 대기실을 찾았어요. 사전녹화를 마친 비스트가 준비될 때까지 대기실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그런데 이게 웬일? 비스트 손동운 오빠가 나와서는 “청주에 살아요? 나도 어릴 때 청주에 살았었어요”라며 먼저 인사해 주었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저는 비스트를 좋아해요. 하지만 지방에 살아 가수를 가까이서 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답니다. 실제로 본 비스트 멤버들은 정말 친절했어요. 긴장한 저를 배려해주며 질문에 정성껏 답해줬답니다.
멤버들은 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음악방송 출연 제의’에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죠. 그리고 직접 사인과 각서 문구도 적어줬어요. ‘각서, 보영양이 훗날 하게 될 고품격 음악프로그램의 첫 방송 엔딩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겠습니다. 약속!’ 이 각서는 제 책상서랍에 고이 담겨 있습니다. 공부가 힘들 때마다 꺼내 읽으려고요. 음악방송 PD가 되면 꼭 비스트를 제 프로그램에 초대할 겁니다. 그날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기뻐요. 제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권보영 충북 일신여고 2학년
※ 비스트를 인터뷰한 충북 일신여고 2학년 권보영 양은 고교생을 위한 국내 유일의 주간신문 ‘P·A·S·S’(사진)의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권 양처럼 P·A·S·S 고교생 기자가 되면 사회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P·A·S·S 홈페이지(www.weeklypass.co.kr)에서 확인하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