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교통혁명Ⅱ]“여기 울산인데요, 21분뒤 부산역에서 봐요~”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KTX 2단계구간 개통… 부산∼대구 68분→38분으로 뚝!

속도혁명의 총아 KTX가 신경주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오고 있다.
속도혁명의 총아 KTX가 신경주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오고 있다.
#1 공사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5일 대구∼울산 구간에 사용된 15만3000여 개 콘크리트 침목 중 일부에 균열이 발견돼 안전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정부는 같은 해 2월 16일 민관전문가 10인으로 합동조단을 구성해 원인조사에 나섰다. 침목을 고정하는 연결장치인 매립전 안에 방수(防水)발포 충전재 대신 흡수성 소재인 스펀지를 투입함으로써 매립전 안에 물이 차고 얼어 341개 침목에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침목 균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침목품질관리특별시방서’ 및 ‘품질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공사참여자에 대한 품질관리 교육 실시 등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또 공단 직원의 현장 상주배치, 침목 제작검사담당자 교체 및 지위격상 등 공사관리 감독체계를 개선해 현장 시공능력을 강화했다. 정확한 원인조사와 보수보강대책,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경부고속철 2단계 공사를 탈 없이 마무리했다.

#2 2001년 경남 양산 천성산 일대 지하를 통과하도록 돼 있는 원효터널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환경단체가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천성산은 화엄늪, 밀밭늪 등 22개 늪이 띠를 이루며 형성된 국내 최고(最古) 최다의 중고층 습원. 시민·환경단체는 “지질과 생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늪 아래쪽으로 터널공사가 강행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 산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시설공단은 터널이 암반 밑 지하 300m 지점을 통과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알렸다. 환경영향 공동조사와 고산습지 및 계곡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특수·친환경공법을 적용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안정성도 확보했다. 우여곡절 끝에 터널은 완공됐다. 그러나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다. 양측 간 지혜로 합의점을 찾고, 값진 결과를 이끌어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3 고속철 경주 경유노선과 역사(驛舍)가 4년이 넘는 진통 끝에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로 확정됐다. 논쟁의 핵심은 ‘역세권개발로 지역 균형발전을 갈망’하는 지역 상공인들과 ‘경주 문화유적 보호를 위해 개발행위를 반대’하는 주장이 맞섰다. 이런 가운데 경주 경유를 수용하면서도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는 제3의 대안이 지역 시민단체에서 제시됐다. 도시발전과 역사성 보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은 경주 외곽을 우회하는 안. ‘고속철도 및 신공항건설추진위원회’에서는 경유노선을 결정하면서 문화재 훼손 최소화, 기술적·경제적 타당성, 역사는 경주시 행정구역 내에 둘 것을 의결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이 전제조건을 존중해 현장답사와 문화계, 지역인사 자문을 거쳐 건천읍과 내남면, 외동읍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해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건천읍 화천리를 가장 합리적인 안으로 선정해 천년고도 신경주역이 탄생했다.》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먼 나라 얘기 같던 반나절 서울∼부산 나들이가 시작됐다. 빛의 속도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심리적 속도는 이에 버금간다. 경부고속철도(KTX)가 28일 완전개통됐다. 일반인들은 다음 달 1일 오전 5시부터 완전개통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부산∼서울 운행시간은 2시간18분. 부산∼대구 운행시간은 현재 68분에서 38분으로 크게 줄어든다. 가슴 졸이며, 비둘기 열차 길이었던 선로를 덜컹거리면서 달리던 불편은 이제 아득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겨야 할 판이다. 부산에서 경주까지는 불과 33분, 울산까지는 21분에 주파가 가능하다.

본격적인 운행을 앞두고 지난달 9일 부산∼울산∼신경주∼동대구 시승 KTX에 몸을 실었다. ‘빨대효과’로 경제활동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를 떨쳐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요소가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앞으로 다가왔다. 관광과 쇼핑, 서비스 분야는 부산이 가진 강점이자 매력이지 않은가.

재개발사업이 한창인 역동적인 부산항 북항을 끼고 객차 20량을 단 육중한 KTX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2분도 채 안돼 열차는 국내 터널 중 가장 긴 금정터널(20.3km)로 빨려 들어갔다. 도심구간이라 속도는 시속 150km 내외였다. 터널 속을 달린 지 10여 분이 지났을까.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입구를 벗어나 국도 7호선이 내려다보이는 송정고가 구간에 접어들자 KTX의 쾌속본능이 시작됐다. 개활지와 터널, 교량을 번갈아 지나면서 순식간에 시속 300km를 웃돌았다. 곧이어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지율스님의 ‘도롱뇽 소송’으로 잘 알려진 천성산 아래 원효터널을 통과한 뒤 울산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 울산역까지 5분도 채 안 걸렸다. 울산역사는 당초 계획에 없었다. 때문에 울산도심보다는 경남 양산 통도사에 가까운 곳에 지어졌다. 역 명칭은 ‘울산역(통도사)’. 지난달 울산에서는 시가 KTX 울산역과 시내를 연결하는 급행버스 노선을 신설키로 한 것에 반발해 택시 업체들이 총파업을 벌이는 등 대립이 야기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고속철도사업단 김병호 단장(52)은 “고속철도 효과를 입증하듯 지자체와 이해단체 대립으로 정차역 유치 및 역명 결정을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했다”고 회고했다. 역을 끼고 있는 각 지자체에서는 대중교통과 환승 등 교통편의 마련에 분주하다.

이어 경북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신경주역을 지나 진량면으로 접어들자 시야가 확 트였다. 속도감과 경치까지 즐길 수 있었다. 궤도에 자갈을 채운 1단계와는 달리 콘크리트 궤도여서 승차감도 괜찮았다. 그러나 콘크리트 궤도에다 터널구간이 전체의 57.5%여서 주행소음은 서울∼동대구 1단계 구간에 비해 다소 높은 느낌이었다. 승객은 물론 KTX 철로주변 주민들 소음불편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철도시설공단 오병수 영남본부장(57)은 “궤도바닥에 흡음 블록을 깔거나 철로 변에 방음벽을 설치해 철로 주변이나 승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찰나에 비유될 정도로 교통혁명을 가져온 KTX 2단계 구간은 터널 38개 74km, 교량 54개 27.2km. 속도감이 없으면 갑갑함을 느낄 정도였다. 차창 밖 경치를 감상하며 즐기는 기차 여행의 멋과 운치는 시간과 속도에 담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