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시장 넘보는 대기업들 학원 인수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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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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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 300억… ‘1타강사’ 빼오기 錢爭

중고교생들 사이에 최고 인기강사로 손꼽히는 수학강사 ‘삽자루 선생(본명 우형철)’ 등 스타급 강사들의 ‘집단 이적’이 학원가에서는 최대의 화제다. 삽자루 선생의 스카우트 비용이 150억 원으로 알려져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을 웃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삽자루 선생을 포함한 인기강사 11명은 12월 계약이 끝나는 온라인 교육업체 비타에듀에서 경쟁업체인 이투스교육으로 한꺼번에 옮기기로 했다. 11명의 계약금이 300억 원에 이르고 회사 지분 20% 보장, 강의 수입의 30%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인기강사를 뜻하는 ‘1타 강사’들은 한 번 이동할 때마다 수만 명의 학생들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학원들은 이들을 붙잡기 위해 고액의 몸값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일부 유명강사는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을 넘기도 한다.

강사들의 ‘이적’이 처음은 아니다. 비타에듀도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에서 강의수입의 50%를 보장하는 파격 조건으로 유명강사들을 대거 스카우트 한 전력이 있어 당시 학원가에서도 논란이 됐다. 최근 몸값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까지 뛴 데는 대기업과 투자펀드들의 사교육 시장 진출도 한몫했다. 실제로 대상, 웅진 등 대기업들이 학원을 인수하면서 사교육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중소형 학원들은 “입시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 데다 대기업과 투자펀드들이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어 대형 학원은 물론 중소 학원까지 죽게 생겼다”고 아우성이다.

○ 학원 집어삼키는 대기업

최근 학원생수 500여 명인 동작구의 한 대형학원은 “시세의 5배 금액을 권리금으로 주고 지분의 51%를 사겠다”는 제안을 받고 적잖이 놀랐다. 제안을 한 곳은 종합식품그룹인 대상그룹이었다. 하지만 향후 5년 동안 학원 경영을 하면서 손실이 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건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을 통해 우리교육홀딩스 등 전국 9개 학원법인의 지분 51%를 360억 원에 인수해 전국 55개 초중고 학원, 특목전문학원 등을 거느리게 됐다. 올해 말까지 200억 원을 더 투입해 전국 학원가 밀집지역에서 20여 개의 학원을 추가로 인수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학습지 시장의 강자인 웅진그룹도 최근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 은평구 등에 초등 고학년 대상의 수학전문 학습관 17개 직영점을 열었다. 2008년 교육업계에 진출한 KT는 ‘KT에듀아이’를 설립해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필요한 학업계획서와 포트폴리오 작성 등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자회사인 이투스를 청솔학원에 매각하면서 현재는 이투스교육의 지분 19.9%를 갖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교육사업에서 손을 떼려고 이투스를 매각한 것이기 때문에 보유 지분을 곧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물량 공세에 학원가 긴장

수세에 몰린 중소 학원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수시로 열면서 대기업의 학원 진출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종합학원 원장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학원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며 “대기업의 물량 공세로 중소형 학원들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이승찬 사무차장은 “대기업들도 교육 서비스 개선을 뒷전에 미뤄둔 채 눈앞의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기존 영세학원들이 자구책으로 개인 과외 등으로 몰리면서 사교육 시장에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원 사업만 15년째라는 서울 동작구 한 종합학원 한상혜 원장은 “지금도 학원 근처 아파트에는 ‘과외방’을 차려놓고 성업 중인 여러 곳이 눈에 띄는데 교육 당국은 겉으로 보이는 학원만 잡으려고 한다”며 “영세학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 개인 과외 등 음지의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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