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불법 증여 상속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그룹 경영진이 직원 명의를 도용해 차명계좌로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태광그룹 전직 직원 A 씨는 15일 “회사에서 직원들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계좌마다 수십억 원을 넣어두고 채권 거래 등을 하며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7년 회사 간부가 내 명의로 개설된 증권계좌에 넣어둔 회사 자금 1억 원을 인출해야 하니 주민등록증을 갖고 증권사 지점으로 가 본인 계좌임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나 이외에도 차명계좌가 개설된 직원은 10여 명이었고 계좌당 20억∼40억 원씩 들어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쌍용화재를 인수하기 직전 미공개 정보와 차명계좌를 이용해 쌍용화재 주식을 집중 매입했다는 의혹이 일어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 괜히 불법행위에 연루되기 싫어 회사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곧이어 자신의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직접 확인했다. 그는 “며칠 뒤 K증권사를 찾아가 내 명의로 개설된 계좌의 거래명세서를 떼어보니 현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거래 내용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며 “2000, 2001년에 총 19억 원 정도의 돈이 입금된 뒤 3억, 4억 원 단위로 국민주택채권 등의 채권을 사들인 명세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 이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그 뒤 경영진의 회사 운영 방침에 반대하다 갈등까지 빚어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에 쌍용화재 인수 전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한) 금감원은 차명계좌들의 실제 주인이 이호진 회장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이 회장 어머니인 이선애 여사의 개인계좌로 판단하고 이 여사만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며 “당시 수사를 제대로 했으면 비자금 조성 의혹이 여태껏 묻혀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태광그룹의 불법 증여 상속 의혹을 처음 제기한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15일 “사건의 핵심은 1조 원대 이상의 비자금”이라며 이호진 회장이 시가 1600억 원대의 태광산업 주식 14만8000여 주를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시가 1400억 원 상당의 태광산업 지분 12.24%를 친인척과 전현직 임직원 40여 명의 명의로 최고 1만 주에서 최저 262주까지 분산 보유하고 있다는 것. 또 이와 별도로 등록 주소지가 태광산업 본사 주소로 기재된 60여 명의 직원이 태광산업 지분을 대부분 158주로 나눠 모두 1.12%(200억 원 상당)를 보유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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