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산 천연 용암동굴 ‘평굴’ 탐사 동행기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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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굴 240m 끝에 수심 1m 연못, 회색빛 ‘방해석’ 은하수처럼 빛나
한라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천연 용암동굴인 평굴. 동굴 전문가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 용암동굴로 용암종유가 발달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높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푸드득 푸드득.” 인기척에 놀란 박쥐들이 쉴 새 없이 날갯짓을 하며 동굴 속을 비행했다. 동굴 ‘침입자’를 향한 소리인지, 서로에게 위험을 알리는 소리인지 계속해서 날카로운 금속음을 냈다. 25일 한라산국립공원지역 천연 용암동굴인 ‘평굴’. 국립공원 측의 탐사활동에 동행했다. 이 평굴은 저지대에 위치한 다른 동굴들과 달리 특이하게 고지대인 국립공원 지역에 속한다.

관음사 야영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1km 정도 올라가다 우측 하천을 넘었다. 서쪽 방향으로 200여 m를 더 진행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구축하다 중단한 진지동굴이 눈에 띄었다. 제주조릿대가 무성한 해발 640m 지역에 지름 2m 남짓한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주변 지형이 평평하기 때문에 ‘평굴’로 부른다. 지상부는 신갈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가 숲을 이뤘다. 한라산 연구가인 신용만 씨는 “굴이 있다는 이야기만 전할 뿐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다가 30년 전 처음 동굴을 발견했다”며 “그 후 공식적인 동굴 탐사는 2, 3회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주변지형 평평해서 ‘평굴’ 명칭, 3만년전 형성… 학술가치 높아

입구를 지나자마자 두 갈래로 갈린다. 낮은 포복자세로 30여 m를 들어가자 허리를 펴고 설 수 있을 만큼 공간이 커졌다. 천장에는 용암종유가 촘촘히 박혔다. 엷은 회색빛의 ‘방해석’이 은하수처럼 빛났다. 암석 속 광물질 성분이 현무암 균열 틈을 따라 빗물에 녹아서 형성된 것이다. 옆면과 바닥 등에 용암이 흐른 흔적인 ‘새끼줄 구조’가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백록담이 폭발해 한라산 정상부가 만들어지던 끝 무렵인 3만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제주 지역 용암동굴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을 뿐만 아니라 용암종유, 새끼줄 구조, 2층 굴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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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굴은 가지굴이 사방팔방으로 뻗은 그물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다. 주굴은 길이가 240m가량으로 높이 0.8∼2m, 폭은 0.8∼3m 규모이다. 주굴 끝에는 특이하게 연못이 자리했다. 수심이 1m 이상으로 꽤 깊어보였다. 이날 탐사에서 한라산에 서식하는 ‘황금박쥐’로 불리는 붉은박쥐를 관찰하지는 못했다. 강성보 한라산국립공원 보호관리부장은 “전문 산악인이나 동굴 전문가조차 다시 찾는 데 한참 헤맬 정도인데도 동굴 속에 일반인이 출입한 흔적이 있어 단속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천연동굴 확인 등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거쳐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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