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인터넷 시대 세계가 친구다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동아리 모임 전국화-세계화 현상 뚜렷
입시정보-인맥쌓기 등 ‘규모의 효과’ 톡톡

전국고등학교경제연합(UHEC) 회원들은 이달 초 서울 마포구 초등학생 80여 명을 대상으로 경제캠프를 열었다.
전국고등학교경제연합(UHEC) 회원들은 이달 초 서울 마포구 초등학생 80여 명을 대상으로 경제캠프를 열었다.


《대원외고 2학년 이도언 양(17)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해외에 한국을 홍보하고 한국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알리는 민간단체 ‘반크’에서 활동해 왔다. 부족한 영어실력에 답답함을 느꼈던 이 양은 외국어고에 진학한 지난해 9월 학교 친구들을 모아 ‘역사오류시정동아리’인 ‘히프코(HIFCO·Historical Fallacy Correcting Organization)’를 만들었다. ‘일본해’로 잘못 표기된 외국 홈페이지를 모두 찾아 ‘동해’로 수정해 표기하도록 항의 e메일을 보내는 등 전방위적 활동을 위해선 많은 인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모집 범위를 교외로 넓혔다.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리니 전국에서뿐 아니라 해외교포 학생들에게서도 지원서가 날아왔다. 현재 히프코 회원은 380여 명. 미국 13개 주, 중국, 인도, 슬로바키아 등에도 지부가 있는 청소년 단체로 성장했다. 앞으로 역사와 관련된 비정부기구(NGO) 단체들과 결연을 맺어 더 큰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동아리도 이젠 네트워크 시대다. 전국 청소년 정치외교 연합인 ‘유패드(YUPAD)’, 대한민국 청소년 토론 패널 ‘키포드(KYPOD)’, 전국 고등학교 경제연합 ‘유헥(UHEC)’ 등 전국에서 회원을 모집하거나 전국 단위로 연합해 활동하는 청소년 동아리가 최근 1, 2년 사이 부쩍 늘었다. 교내 소규모 동아리 또는 지역 내 연합동아리에 머물지 않고 전국,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

동아리 모임의 규모가 커진 데는 인터넷의 발달이 결정적이다. 물리적 거리가 먼 회원들은 주로 온라인에서 만나 대표자 회의를 진행하고 활동을 기획한다. 단체 안에서도 부서를 나누는 등 체계적인 조직구성을 갖추고 있다. 급기야 5월경엔 학생 특별활동 모임 간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커뮤니티 사이트 ‘유테카’가 문을 열었다. 연합동아리 출신의 9명이 만든 것으로, 벌써 20여 개국, 280여 개 모임이 사이트 내에 개설됐을 정도다.

김운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고등학생들은 인터넷 환경에서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라면서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커다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두려움이 없으며 모바일 PC 등 기술적 기반이 발달할수록 청소년 모임의 전국 규모화 현상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확대됨에 따라 비교과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요즘 전국 단위의 동아리 활동은 더욱 주목 받는다. 대규모 네트워크를 통한 동아리 활동은 어떤 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 더 크고 다양한 경험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번역 작업을 함께 한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YUPAD).▲▲중고교연합환경동아리 ‘누리랑’은 재생종이 노트를 직접 제작해 길거리 판매를 한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번역 작업을 함께 한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YUPAD).
▲▲중고교연합환경동아리 ‘누리랑’은 재생종이 노트를 직접 제작해 길거리 판매를 한다.
최대 장점은 활동 스케일이 커졌다는 것이다. 교내 개별동아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시도들을 하게 된 것.

유헥은 이달 초 서울 마포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80여 명을 대상으로 3일 간 ‘제1회 새싹경제캠프’를 열었다. 5개월의 준비기간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이 카페 게시판에 아이디어를 올리면 댓글을 다는 식으로 회의가 이뤄졌다. 그렇게 모인 의견으로 커리큘럼과 교재가 마련됐다.

박지훈 유헥 회장(17·서울 대원외고 2)은 “대표성을 띤 동아리로 성장하면서 장소나 금전적 후원 등 다른 기관의 협조를 받는 것이 수월해졌다”면서 “이번에 만든 커리큘럼과 교재를 활용해 학교 단위의 개별동아리가 그 지역의 복지관에서 비슷한 활동을 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패드는 올해 초 한국 홍보전문가로 활동 중인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서 교수의 제안에 따라 그가 만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홍보 블로그와 독도 광고의 글을 8개국의 언어로 번역했다.

성남외고 동아리 장인 지연주 양(17)은 “모임 인지도가 높아져 외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연합 활동을 건의하는 등 관심 분야에서 더욱 다양한 경험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 전국적, 세계적으로 쌓는 인맥

학교 안에서는 만날 수 없는 각양각색의 친구들, 선후배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특목고·일반계고·실업계고가 어우러지고 전 지역 학생을 만나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내면이 성장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연합환경동아리 ‘누리랑’에는 서울·경기 지역 14개 중고교 학생이 속해 있다. 매달 두 번씩 아름다운가게 장터에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고 직접 제작한 재생종이 노트를 번화가에서 판매하는 활동을 한다.

배혜진 양(16·경기 낙생고 2)은 “중학생 후배들과도 많이 친해져 고등학교 생활이나 진로에 대해 멘터링을 해주곤 한다”면서 “외부 판매활동 때 여러 사람을 통솔하면서 자연스레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아리의 인적 네트워크는 진로를 탐색하거나 입시 정보를 얻는 소중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이도언 히프코 회장이 그러한 예. 이 양이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란 사실을 알고선 히프코 미국 지부의 유학생 한 명이 대입에 필요한 모범 에세이 5편을 보내주었다. 이 양이 고려 중인 대학들에 관한 생생한 현장 정보도 알려줬다. 이 양은 “입시정보 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의 별별 경험을 공유하며 진로에 대한 영감과 자극을 얻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16개 고교생 연합 학생기자단을 지도하는 세종고 김유동 교사는 “규모가 큰 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기록을 남겨 정리한다면 희망 학과로 진학할 때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알 림] 특목고 판도 예측 및 고교 전략 설명회 5대 도시서 개최

동아일보사와 특목고 영재교육원 입시 전문업체 ㈜하늘교육이 공동 주최하는 ‘특목고 판도 예측 및 고교 전략 설명회’가 26일 오후 2시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을 시작으로 대전(27일 오전 11시) 광주(27일 오후 4시) 대구(30일 오전 11시) 부산(30일 오후 4시) 등 5개 도시에서 열린다. 초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설명회에선 △외고 입시판도 예측 및 합격선 추정 △2011 과학영재학교 입시 분석에 따른 과학고 대비전략 등을 집중 소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하늘교육 홈페이지(www.edusky.co.kr) 참조. 문의 02-761-320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