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장영훈]구청 보상약속 못믿겠다는 노곡동 수재민

  • Array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구 북구 노곡동 주민 김복희 씨(42·여)는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집 앞 소방도로에 서있는 두 대의 소형 승용차를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한 대는 지난달 물난리 때 완전히 잠긴 후 방치된 상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한 대는 5일 전에 구입했다. 자녀 통학과 슈퍼마켓 일을 도맡았던 김 씨가 ‘이제 별일 없겠지’ 하며 큰맘 먹고 장만한 것이다. 하지만 노곡동이 16일 한 달 만에 또다시 물에 잠기면서 새 승용차마저 못 쓰게 됐다. 슈퍼마켓도 얼마 전 새 냉장고, 자판기, 물품 등을 들여왔다고. 언뜻 계산해도 수천만 원이 날아갔다. 그의 집은 빗물이 한꺼번에 몰리는 마을 입구에 위치해 피해가 더 컸다. 아버지는 충격을 받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흙탕물 자국이 선명한 슈퍼마켓 문을 걸레로 문지르다 멈춘 김 씨.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이건 정말 아니다”면서 “공무원을 어떻게 믿겠냐”고 말했다.

17일 오전 노곡동 주민들은 북구의 피해 조사를 막았다. ‘무슨 염치로 오냐’며 소리쳤다. 지난달 입은 1차 침수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주민들은 당시 조사를 나왔던 손해사정인이 피해 사진 등 개인 증거자료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해 복구 때문에 유실된 물건도 보상에서 빠졌다는 것. 이 때문에 2차 침수 피해 때는 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까지 등장했다. 한동안 주민들은 피해 복구 자원봉사마저도 거부했다. 구호단체가 마을 어귀에 마련한 급식도 외면했다. 불신이 또 다른 불신을 낳고 있었다. 식당 기자재를 몽땅 잃은 한 주민은 “걱정하지 말라고 해놓고 돌아온 것은 더 큰 상처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다 북구가 ‘배수펌프장 수문 오작동’을 지적한 실시설계 자문보고서를 외면해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들은 이제 지자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번 주 안에 감리단장, 공무원 등 4명을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17일 오후 피해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와 2주 내 피해 보상’을 주민들에게 약속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행정 불신에 휩싸인 노곡동 주민들은 어떠한 결과라도 쉽게 수용하지 않을 태세다.

장영훈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