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우조선 협력사 ‘비자금 혐의’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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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10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고 경남 거제시에 있는 임천공업과 임천공업의 관련 회사, 이 회사들의 일부 임직원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은밀하게 준비된 뒤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이뤄졌다. 검찰은 이날 새벽 특수1부 검사들과 수사관, 컴퓨터 관련 증거 수집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직원 등 수십 명을 거제시로 급파해 오전 9시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회계장부와 자금담당 부서의 보고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방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선박을 조립하는 대형 구성체 단위인 ‘블록’을 생산해 대우조선해양 등에 납품하는 임천공업이 하청업체나 발주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단가 부풀리기 등으로 수백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천공업이 2004∼2008년 대우조선해양에서 받은 선수금 500억여 원 가운데 일부를 빼내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6월부터 이 회사의 금융계좌에 입출금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왔다.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는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6월, 7월, 10월 납품비리와 배임 등의 혐의로 홍모 씨 등 전현직 대우조선해양 전무 3명을 구속 기소했다. 당시에도 이 회사 고위 임원 A 씨가 연임을 위해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권이나 정권 실세로 통하는 인사에게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수사가 더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다 올 들어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A 씨의 연임 로비 의혹을 다시 제기해 이슈화하면서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이 사건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 수사를 지휘하는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지금은 임천공업의 비자금 조성관계만 수사한다”고 선을 그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에서 일어난 횡령 혐의에 국한해 수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임천공업의 횡령 혐의를 들춰내면 임천공업에 많은 납품물량을 발주한 대우조선해양의 비리 단서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수사가 확대될 여지가 많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임천공업의 회삿돈 횡령 의혹 수사에 이어 비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추적하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해온 대우조선해양 고위 임원 A 씨의 연임과 관련한 정권 고위층 상대 로비설의 진위를 확인하는 2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로비 대상자로 현 정부 실세 인사의 이름이 공공연하게 거명돼왔다. 또한 현 정권 핵심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자녀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을 두고도 갖가지 설(說)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자료가 확보된 게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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