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아파트관리비…배경엔 업자들 ‘돈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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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관리·용역업체 선정에 억대 뒷돈
주민대표-관리소장-용역업체 먹이사슬

아파트 관리를 도맡은 위탁업체와 청소 소독 등 용역업체, 아파트 주민대표가 각종 계약을 둘러싸고 11억 원대의 뒷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5일 아파트 위탁관리와 용역업체 선정, 관리소장 채용을 놓고 금품을 주고받은 업체 임직원과 아파트 관리소장, 입주자 대표 등 79명을 적발해 이 중 위탁관리업체 대표 박모 씨(60) 등 3명에 대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 위탁관리업체 임직원 11명은 아파트 위탁관리 계약을 따내려고 강원도 속초시 모 아파트 입주자 대표 임모 씨(44)에게 1400만 원을 건네는 등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전국 10여개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게 모두 2억48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04년부터 최근까지 경비와 청소 소독 소방방재 전산 등 자신들이 위탁받아 관리하는 아파트의 각종 업무를 맡기는 조건으로 용역업체 9곳에서 7억86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 씨 등은 자사가 맡은 아파트의 관리소장을 채용하며 김모 씨(45)에게서 500만 원을 받는 등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49명에게서 모두 1억4700만 원을 받아 챙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위탁관리업체는 일반적으로 동대표 과반의 동의를 얻어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입주자 대표의 영향력이 막강해 위탁업체들은 계약을 위해 아파트 발전기금이나, 상품권, 명절선물 등의 명목으로 입주자 대표에게 금품을 건넸다.

입주자 대표의 이 같은 이권 때문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대표 선정을 놓고 경쟁이 과열돼 법정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관리소장 채용비리의 경우 주택건설촉진법상 500가구 이상 아파트에는 공동주택관리사 자격증 소지자를 관리소장으로 채용하게 돼 있지만 주택관리사가 과잉 배출되는 바람에 이들이 업체에 뒷돈까지 줘가며 취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와 입주자 대표, 관리소장 사이에 먹이사슬처럼 엮인 비리 관행으로 발생한 모든 비용은 고스란히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돼 주민들이 부담해야 했다"며 "경찰이 운영하는 아파트 관리비리 신고센터(02-723-0330)에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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