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서 건진 고려 청자매병은 ‘꿀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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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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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2호선 2점 인양식재료 보관 첫 확인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4일 공개한 청자 음각매병(왼쪽)과 상감매병.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으로 수중에서 완전한 형태의 청자매병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양회성  기자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4일 공개한 청자 음각매병(왼쪽)과 상감매병.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으로 수중에서 완전한 형태의 청자매병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양회성 기자
“개경의 중방(고려시대 무인의 최고 의결기관) 소속 도장교(정8품 이하 하급 무관) 오문부 앞으로 꿀단지를 올림(重房都將校吳文富/宅上精蜜盛樽封·중방도장교오문부/택상정밀성준봉).”

800여 년 전 충남 태안 앞바다에 침몰한 고려시대 배에서 청자매병(梅甁)과 함께 발견된 대나무 화물표(竹札·죽찰)에 쓰인 내용이다. 이를 통해 고려시대 매병의 이름이 준(樽) 또는 성준(盛樽)임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매병은 18세기 이후 후대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술이나 물 이외에 꿀과 같은 식재료도 담아 보관하거나 운반했음이 밝혀졌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5월 4일부터 마도 앞바다에서 수중 발굴 조사한 고려시대 침몰선에서 보물급 청자매병 2점을 비롯한 도자기 74점, 목간·죽찰 31점, 각종 죽제품과 청동제품 등 450여 점을 인양했다는 조사 결과를 4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발표했다. 청자매병이 수중에서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마도 2호선’으로 이름 붙인 배는 길이 12m, 너비 5m가량으로 11월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높이 39cm의 매병 2점은 선수 우현(右舷)부에서 상하로 겹쳐져 발견됐고 떡갈나무로 추정되는 큰 잎으로 아가리를 밀봉한 흔적이 나타났다. 상감매병은 세로의 굵은 골 여섯 개로 참외 모양처럼 몸통을 만들고 마름꽃 모양(菱花窓·능화창) 틀 안에 버드나무 갈대 대나무 모란 국화 닥꽃을 상감했다. 음각매병은 어깨에 구름 문양을, 몸통에 연꽃 문양을 장식했는데 유색이 맑고 짙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상감매병의 꽃 위아래에 나비와 오리 문양을 장식한 점, 음각매병의 연꽃봉우리와 줄기 아래에 가시돌기를 표현한 점이 독특하고 대단히 아름답다”고 말했다.

마도 2호선에는 청자매병과 함께 10개씩 두 묶음으로 포장된 청자통형잔(靑磁筒形盞)도 발견됐다. 쌀과 콩, 알젓 등 화물 종류와 수량, 발신자, 발송지가 적혀 있는 목간이 30여 점 발견돼 세곡운반선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의 목간 판독 결과 고창 정읍 영광 일대의 산물을 싣고 법성포의 부용창이나 줄포의 안흥창에서 출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이지현 인턴기자 경북대 전자공학부 4학년


▲동영상=바다 속에서 깨어난 고려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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