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가갸거겨” 할머니 학생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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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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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삼어초 ‘한글 사랑방’
68∼87세 20여명 향학열
학부모들 강사로 자원봉사

부산 해운대구 반여4동 삼어초등학교에서 할머니 20여 명이 학부모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한글을 배우고 있다. 사진 제공 삼어초등학교
부산 해운대구 반여4동 삼어초등학교에서 할머니 20여 명이 학부모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한글을 배우고 있다. 사진 제공 삼어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역민 한글교육에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4동 삼어초등학교(교장 최선화)는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한글사랑방(성인 문해교육)’을 운영해 지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4월 27일 입학식을 연 한글사랑방에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과정에서 배울 기회를 놓친 김금순 할머니(78) 등 할머니 20여 명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한글을 가르치는 서호숙 씨(45·여) 등 교사 4명은 학부모 자원봉사자.

그동안 부산지역에는 부산교육문화센터와 부산평생교육진흥원과 사회복지기관, 시민사회단체, 야학, 대안학교 등에서 성인 문해(文解)학교를 운영해 왔다. 초등학교에서 문해학교를 연 것은 부산지역에서 처음이다.

한글사랑방 학생들은 68∼87세 할머니. 유아용 교재를 이용해 매주 화,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매일 2시간씩 6개월간 교육 후 수료식을 갖는다. 교재비와 간식비, 자원봉사자 지원경비 등 예산은 구청과 교육청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있는 할머니들은 학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어린시절 멀리 이사를 하는 통에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김 할머니는 “글 모르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설움인지…. 늙어도 배운다는 게 너무 좋소”라며 마냥 즐거워했다. 자원봉사자 서 씨는 “딸 같은 자원봉사자를 잘 따라 주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삼어초등학교 손혜영 교사는 “한글사랑방을 찾는 할머니들의 공부 열의는 대단하다”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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