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불우이웃 기부” 꼬깃꼬깃 만원짜리 20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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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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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팔아 생계 77세 ‘기초수급’ 할아버지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부디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꼭 써줬으면 좋겠소.”

4일 오전 10시경 강원 화천군 상서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 담당직원은 면사무소를 찾아온 한 할아버지가 내민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 200장을 보고 난처해했다.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고 했지만 할아버지의 사정을 워낙 잘 아는지라 차마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돈을 건넨 사람은 상서면 다목리에 사는 김성공 할아버지(77·사진). 김 할아버지는 6.6m²(약 2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혼자 살며 고철과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다. 지난해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 일부를 잘라내 걷는 것도 성치 않은 형편이다. 불편한 몸으로 매일 오전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여러 마을을 돌며 모은 고철과 폐지를 고물상에 팔아 버는 돈 몇천 원이 하루 수입의 전부다.

김 할아버지의 처지를 잘 아는 면사무소 직원들은 처음에는 성금을 거절했으나 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김 할아버지는 “라디오를 듣다가 돈이 없어 밥도 못 먹고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많다는 소리에 성금을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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