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위조 60대女 법원이 선처한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7일 0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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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남편 숨지면 국가유공자 혜택 잃을까봐 범행

주부 최모 씨(62)는 국가유공자 김모 씨(2005년 당시 79세)와 1988년부터 17년 동안 함께 살았다. 사실혼 관계였지만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다. 김 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임대주택에서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2005년 3월 갑자기 김 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회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 씨는 사별한 전처의 사망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 씨는 남편이 죽으면 임대주택 등의 혜택을 이어받지 못하게 될 것이 두려웠다.

최 씨는 남편의 도장을 가지고 구청 민원과로 갔다. 남편 도장으로 전처의 사망신고를 하고, 자신과의 혼인신고 서류를 위조해 제출했다. 김 씨는 일주일 뒤 세상을 떠났고 최 씨는 김 씨가 받던 혜택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최 씨의 '완전 범죄'는 2007년 김 씨의 전처 가족들이 혼인무효소송을 내면서 무산됐다. 혼인신고 당시 남편이 의식을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류 위조 사실도 함께 드러난 것.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 김병찬 판사는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17년간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잘못을 뉘우치는 등 정상을 참작했다"며 벌금 100만 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사실혼 관계라도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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