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씨 측근 “2000만원 가지고 골프매장 갔다”

  • 동아일보

박남춘 前인사수석 “곽씨, 정무적 고려로 사장 추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2년 여성부 장관이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998만 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선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한통운 전 서울지사장 황모 씨가 17일 “곽 전 사장이 ‘귀한 손님에게 선물해야 하니까 2000만 원을 가지고 서울 서초동의 골프 매장으로 오라’고 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의 심리로 이날 열린 한 전 총리 뇌물수수사건 1심 5차 공판에서 황 씨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점심식사를 함께한 뒤 골프채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곽 전 사장에게 돈을 전달한 뒤 바로 회사로 돌아갔기 때문에 골프채를 샀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골프매장 전무인 이모 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곽 전 사장이 왔을 때 여성 일행이 있었다”며 “나중에 TV를 보고 그가 정치인 한명숙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프채를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 대금을 치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곽 전 사장의 경우 모자만 가져가거나 모자만 산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12일 3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 측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며 거절하고 모자 하나만 들고 왔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 측은 “당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선물할 혼마 골프채 세트와 함께 자신의 다이와 골프채 세트도 샀다”고 밝혔으나, 증거로 제시된 골프매장 장부에는 ‘8월 21일(혼마), 8월 26일(다이와)’로 적혀 있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장부 기록만으로는 실제로 누가 샀는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나온 박남춘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2007년 1월경) 산업자원부에서 곽 전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 후보 1순위로 추천했지만 석탄공사 사업장이 강원도에 있고 사업장 폐쇄로 사회적 물의가 예상돼 해당 지역 자치단체장 출신인 김원창 전 정선군수가 이를 잘 다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한 전 총리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은 적은 없다”며 “곽 전 사장이 석탄공사 사장에서 탈락한 뒤 청와대의 ‘정무적 고려’로 한국남동발전 사장에 추천됐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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