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은밀한 개입 ‘정치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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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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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지지 금지’ 법망 교묘히 피해… 자기편 후보 ‘교통정리’ 나서

6·2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지방교육자치의 취지와 달리 정치권이 ‘보이지 않는 손’을 뻗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법 46조에 따르면 정당은 교육감 후보를 공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의 대표자, 간부 및 유급 사무직원들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후보들도 특정 정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표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이론’일 뿐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교육계 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사교육비 경감과 무상급식 등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현안이 분출하는 상황이어서 교육감 선거를 놓고 여야가 한판 격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자치단체장 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빅 이벤트’여서 각 정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정당은 자당 지지 유권자들을 분열시킬 수 있는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당 공천이 배제되면서 예비후보들이 너도나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는 후보인 것처럼 선거운동을 하는 양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과정에서도 여권 성향 후보들은 10명에 육박하며 난립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 살 깎아먹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인 김상곤 현 교육감에게 한나라당 성향 후보가 패배한 데는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여권과 보수진영은 다시 같은 전철을 밟을까 봐 고심하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의 단일화 움직임은 벌써부터 활발하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핵심부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 선거에서 비공식적으로 밀어줄 ‘트로이카 후보’를 내부적으로 압축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엔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을 ‘제2의 미셸 리’로 내세우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덕성여중을 ‘사교육 없는 학교’의 모범사례로 홍보하고 있다. 미셸 리는 미국 워싱턴의 공교육 개혁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계 교육감이다.

보수진영 물밑서 난립후보 조정 진보진영 ‘추대위’서 단일화 주도
“사실상 단체장 러닝메이트”
여야 모두 빅 이벤트 구상
與, 거물급 넘쳐 단일화 난관
김영숙-정진곤-이영희 거론
민주, 조국-신영복 영입론
경기는 김상곤 재선 도전


2008년 7월 30일 실시된 서울시 교육감선거의 한 투표소. 참관인들이 썰렁한 분위기에서 유권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6월 2일 치러질 이번 교육감선거는 정치권의 개입과 휘발성 있는 쟁점들로 인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8년 7월 30일 실시된 서울시 교육감선거의 한 투표소. 참관인들이 썰렁한 분위기에서 유권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6월 2일 치러질 이번 교육감선거는 정치권의 개입과 휘발성 있는 쟁점들로 인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기는 정진곤 전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거론되는 가운데 박종구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내세우자는 얘기도 들린다. 인천의 경우 여권 핵심부는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의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12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개혁 트로이카로 수도권 교육감 선거를 정면 돌파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권이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감 후보를 시장·도지사 후보와 사실상 러닝메이트처럼 지원하며 교통정리를 꾀한다 해도 다른 후보들이 순순히 물러설 가능성은 별로 없다. 서울의 경우 이원희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달 3일 사임)을 비롯해 김경회 전 부교육감, 김성동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남승희 전 시교육기획관 등이, 경기에서는 박경재 전 교육부 정책홍보관리실장과 김진춘 전 경기도교육감 등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 보수진영 후보들은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단일화 작업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도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를 사실상 러닝메이트로 만들어 선거를 치르겠다는 생각이나 아직은 후보군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로는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 교수 등의 이름이 나온다. 하지만 조 교수는 개인 홈페이지에 “선거 출마를 고려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못 박았다. 경기는 김상곤 현 교육감의 재선 도전이 확정적이다.

진보진영은 민주노총 등 70여 개 단체가 참여해 결성한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교육의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가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박명기 이부영 최홍이 교육위원 등을 대상으로 단일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각 정당이 선거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정책연대’ 등의 꼼수를 동원해 교육감 선거에 사실상 적극 개입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교육감 선거가 정당 개입으로 혼탁, 과열되지 않도록 사전에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 관계자는 “시도지사 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한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교육감 출마 예상자

▽서울
곽노현(56)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김경회(55) 전 부교육감
김성동(68)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김영숙(58) 전 덕성여중 교장
김호성(63) 서울교대 교수
남승희(53) 전 시교육기획관
박명기(52) 교육위원
오성삼(63) 건국대 교수
이경복(62) 전 서울고 교장
이부영(64) 교육위원
이상진(67) 교육위원
이원희(58) 전 한국교총 회장
정채동(66) 교육위원
최홍이(68) 교육위원

▽인천
권진수(58) 전 교육감 권한대행
김민배(53) 인하대 교수
김실(69) 교육위원
김용길(67) 교육운동가
나근형(71) 전 교육감
류병태(66) 교육위원
이청연(56) 교육위원
조병옥(65) 교육위원
허원기(68) 전 교육위원

▽경기
강원춘(54) 전 경기교총 회장
강인수(66) 수원대 부총장
구충회(67) 전 경기외국어교육연수원장
김상곤(61) 교육감
김영래(64) 아주대 교수
김진춘(71) 전 교육감
문용린(63) 서울대 교수
문종철(69) 전 수원대 대학원장
박경재(56) 전 교육부 정책홍보 관리실장
조창섭(70) 단국대 교육대학원장
최희선(70) 중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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