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증거앞엔 어쩔수 없지만 李양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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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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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상황 밖에 알리지 말라”
변호인에 부탁 ‘자기방어 본능’
빈집서 ‘형사들 왔다’ 낙서 발견
도피중 경찰 움직임 파악한 듯

이유리 양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가 12일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부산지방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부산=강은지 기자
이유리 양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가 12일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부산지방법원으로 압송되고 있다. 부산=강은지 기자
“변호사님! 밖에 나가시면 법정 안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말하지 마세요.” 12일 오전 2시 반 부산지법 251호 법정. 이유리 양 살해 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자 국선변호인을 잠시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심기는 아주 불편해 보였다. 변호인을 통해 법정에서의 그의 태도와 심리상태를 알아보려는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 위한 행동인 듯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양을 살해했는지 여부를 묻는 판사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법정에서도 이 양의 이름만 나오면 묵비권을 행사했다. 또 다른 혐의인 20대 여성 성폭행 혐의는 “그런 적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오후 6시 50분경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도 김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는 예상했다는 듯 표정 변화 없이 경찰의 설명만 들었다.

검거 사흘째인 이날 김 씨는 이 양 살해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만 심경 변화의 조짐은 약간 있었다고 경찰이 전했다. 11일 오후 5시 반 가장 가까운 친구와 면담하면서 “나 답답하다. (네가) 전화 안 받아서 섭섭했다”며 간간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조사에 들어가자 신경질적으로 돌변했다. 12일 0시경 “조사의 ‘조’자만 나오면 말을 안 하겠다”고도 했다. 전날에는 세 끼 다 챙겨 먹었지만 이날 아침에는 “머리가 아파 밥 생각이 없다”며 걸렀다.

그는 조사 첫날 단답형으로 이어가던 대답과 달리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는 “증거물 자체는 부인하지 않지만 설명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권 경위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점, 신변 걱정 등은 연쇄살인범 정남규나 강호순 등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간혹 김 씨는 “과학적 증거 앞에서는 나도 어쩔 수 없지만 이 양은 모른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도 반복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몇 가지 증거를 제시하며 자백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날 구속 결정으로 그는 유치장에 구속 수감된 뒤 19일 검찰송치 시점까지 보강수사를 받는다. 경찰은 “죄책감이나 심리적 자극 등을 통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양부모와의 면담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씨가 경찰의 수색을 피해 도주했던 사상구 덕포동의 빈집에서는 김 씨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형사들이 왔다’는 짧은 낙서가 발견됐다. 특히 이 낙서는 정황상 김 씨가 경찰의 수색을 피해 이곳을 찾았거나 도주 후 다시 빈집을 찾아 낙서를 남겼을 가능성이 있어 그가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영상보기 = 유리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 범행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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