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에듀칼럼/특목고 ‘나무’보다 ‘숲’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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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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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6일 외고 국제고 입시 세부안을 발표했다. 영어내신과 면접으로 진행되는 1, 2단계 세부안이 발표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영어 교과만 내신 성적으로 반영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영어 교과에서 자칫 한 문제만 실수해도 외고 진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금까지 실시됐던 교육정책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중도에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예로, 고교 평준화 정책은 중학생들을 고교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주리라는 기대로 출발했지만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비판과 함께 수준별 맞춤식 교육의 필요성만 부각시켰다. 논의의 초점이 교육이 아닌 사회적 문제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계속된 입시정책의 변화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보단 학부모와 학생에게 혼란만 가져다준 경우가 많았다. 이번 교과부 발표안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번 세부안이 학생들에게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영어 내신 성적만 좋으면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만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초중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 이 시기엔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진지하게 진로를 탐색하고 모색해야 한다. 고교시절 역시 학생이 다양한 꿈을 꾸고 자아를 성장시키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학습의 방향을 결정하고 특정 교과 학습만 강조한다면 학생의 적성과 능력을 탐색하는 기회를 막게 된다. 가치관과 직업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 진학만으로 진로가 결정돼 나중에 적성과 능력에 맞는 길을 찾으려고 방황할 위험도 있다.

그렇다고 입시를 없애고 학습량을 줄여주는 것만이 아이들을 위하는 길은 아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에서 성실한 노력이 어떤 결과를 얻는지 경험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다. 입시만을 위해 공부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경쟁의 정도를 낮추거나 그 영역을 특정 교과로 제한한다고 그 조건이 달라지진 않는다. 실제론 영어 내신 성적이 1등급인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외고 입시는 합리적이지 않을뿐더러 공정하지도 않다.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된 부분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지만 가능성이 많은 학생에게 고교 진학 전부터 진로를 정해두고 그에 맞는 독서를 강요하는 일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입시학원이라고 해서 꼭 입시교육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난 6년 동안 매월 권장도서를 선정해 학생들로 하여금 읽게 했으며,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 독서노트를 쓰도록 지도해왔다. 일부 학부모는 입시와 관계도 없는데 굳이 힘들게 독서노트를 써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흔들림 없이 독서 정책을 유지해 왔다. 또한 매주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의 글을 학생들에게 읽히고 정리하게 하는 배경지식 노트도 작성하게 한다. 일련의 과정은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게 하며 선생님들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목고 입시 과열 현상은 사회적인 문제이며 반드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교육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특목고 입시 발표안이 학생들의 학습 불균형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학교 내신마저 특정 교과로 제한돼 학습의 폭이 좁아진다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학습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균형적인 학습을 통해 특목고보다 더 높은 목표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형진 영재사관학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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