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나흘 앞둔 10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에서 김기복 씨가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동구
김기복 씨(54·여)는 서울 성동구 마장동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쌍둥이네'로 통한다. 세 살배기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1985년 처음 이 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어느새 시장에서 25년째 설을 맞는 김 씨를 10일 오후 그가 보고 느낀 설 풍속도의 변화를 들어봤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설을 앞두고 가장 잘 팔리는 부위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우 꼬리다. 떡국용 사골국물을 내는데 제격이기 때문. 다만 차이가 있다면 손님들이 사가는 양이 줄었다. 보통 소 한 마리당 꼬리는 기름기를 제거하고 나면 무게가 10㎏씩 나간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 사람 당 꼬리 한 마리씩은 장만해갔지만 요즘은 3~5㎏를 찾는 손님이 많다. 김 씨 등 이 곳 상인들이 '설 보신 세트'라는 이름으로 서너 명이 한 번 먹기에 알맞은 소량 세트를 새로 만든 이유다. "매년 설이면 친척들이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이니까 꼬리 1개가 기본 판매 단위였죠. 요즘엔 모이는 일도 적고 모이더라도 사람 입이 적어져서인지 명절용 소포장 세트가 가장 많이 팔려요."
포장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큼지막하게 조각낸 뼈들을 비닐이나 신문지에 싸가는 게 전부였던 것이, 요즘엔 진공 포장 위로 정확한 등급이 표시된 라벨까지 붙여서 준다. 쇠고기는 이력 추적 시스템이 도입된 뒤로 주문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먼 곳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오던 손님들이 전화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하고 있는 것. "친정 엄마나 시어머니 따라 한두 번 시장에 나와 본 젊은 새댁들이 여기가 시중가보다 싼 거를 아니까 설 앞두고 주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시장에 사람의 발길보다 퀵서비스나 택배용 오토바이 왕래가 더 많아진 이유다. 실제 설을 나흘 앞둔 10일 오가는 손님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지만 진공포장된 고기와 뼈, 내장을 아이스박스에 실은 채 시장을 빠져나가는 오토바이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경기가 나아진다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설 직전에 구제역이 터진데다 할인마트는 가격을 내리지, 너무 힘드네요." 장사꾼치고 장사 잘된다 말하는 사람 별로 없다지만 올해는 유난히 설 대목을 앞두고 힘든 일이 많았다고 김 씨는 말한다. 이번 설 매출액은 지난해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 "기대치에 못 미쳐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오는 제일 큰 대목인데 열심히 팔아야죠. 장사 비법이요? 별 거 없어요. 좋은 고기를 팔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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