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불법가입’ 수색영장 8번 기각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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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기록 등 당원활동 여부 검경 수사 차질
檢 “수사방해 수준”… 법원 “인권침해 방지책”

검찰과 경찰이 지난해 12월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의 민주노동당 불법 가입 수사에 착수한 이후 최근까지 증거 확보를 위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모두 여덟 차례 기각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검경이 민노당 투표사이트 검증이나 민노당 웹사이트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청구한 일부 압수수색영장은 영장에서 요구한 내용 전부가 기각되거나 압수수색 범위와 방법이 제한되는 등 부분적으로 기각됐다.

민노당 인터넷 투표사이트 검증과 관련해 검경이 지난해 12월 말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 293명의 당원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당초 청구된 내용의 상당 부분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 전교조와 전공노 조합원 수가 700∼800명에서 293명으로 줄었고 투표기록을 볼 수 있는 내용도 기각되면서 지난달 27일에야 재청구한 검증영장이 발부됐다. 하지만 수사에 반발한 민노당이 27일 오후 투표사이트를 폐쇄하는 바람에 투표기록을 검증할 수 있는 영장은 무용지물이 됐다.

검경은 불가피하게 민노당 웹사이트 서버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이달 3, 4일에 청구했지만 이때도 일부가 기각됐다. 검찰은 “민노당이 비밀번호 입력 등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으면 서버 자체를 복사하겠다”는 내용을 영장에 포함시켰지만 법원은 “민노당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집행하라”며 이 부분을 기각했다. 하지만 경찰이 4, 5일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민노당 측은 협조를 거부해 압수수색이 무산됐다. 검경은 “민노당 측의 협조가 없어 비밀번호를 알 수 없을 때는 서버 자체를 이미징(복사)하는 방법으로 집행하라”는 영장을 6일 다시 발부받아 7일 집행에 나섰지만 이때는 민노당 관계자들이 이미 일부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상태였다.

검경은 최근 민노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로 당비를 받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K은행에 개설된 미신고 계좌의 입출금 명세 전체를 볼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입금 명세는 수사 대상자 293명의 것에 한정해 조사하라며 영장을 부분적으로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기각하면서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경 내부에서는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꼬인 측면이 크다”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법원의 영장 기각이 수사 방해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수사의 신속성과 기밀성을 보장해주면서도 수사권 남용을 막고 인권침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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