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맬 끈 1m 만들때 구치소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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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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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사형수 정남규, 비닐 쓰레기봉투로 자살

사형집행 관련 메모 발견… 불안감에 우울증 증세 보여

부녀자와 초등학생 등 13명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사형이 확정된 연쇄살인범 정남규(40)가 구치소 독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남규가 21일 오전 6시 35분경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목을 맨 것을 구치소 근무자가 발견해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22일 오전 2시 35분경 숨졌다. 그는 3.3m²(약 1평) 남짓한 독방의 높이 105cm 정도의 TV받침대에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 비닐봉투를 꼬아 만든 1m 정도의 끈에 목을 맸다. 외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정남규는 응급처치 후 호흡과 맥박이 회복돼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진료를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22일 0시 50분경부터 상태가 악화돼 의료진이 심폐소생술 등에 나섰지만 회생하지 못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정남규는 2007년 4월 12일 사형이 확정된 지 31개월여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형수가 교정시설에서 자살한 것은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모 씨가 2007년 2월 창살에 묶은 침낭 줄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년 9개월 만이다.

정남규를 치료한 전문의는 “저산소증(뇌손상)과 심장쇼크로 사망했다”는 1차 소견을 밝혔지만 법무부는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남규의 개인 노트에 ‘현재 사형을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요즘 사형제도 문제가 다시….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는 최근 흉악범죄 보도에서 자신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사형제 집행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오면서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서울 부녀자 등 13명 살해… “부자 더 못죽여 안타깝다”

■ 정남규는 누구

정남규(사진)는 13명의 부녀자와 초등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연쇄살인범으로 ‘제2의 유영철’로 불리고 있다. 그는 2004년부터 2년 동안 서울 서남부지역에서 부녀자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이른바 ‘서울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 등 25건의 강도 상해 및 살인사건을 저질러 시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당시 비슷한 수법의 살인이 비 오는 목요일에 집중 발생한 탓에 ‘비 오는 목요일 괴담’과 함께 ‘서울판 살인의 추억’으로 관심을 모았다.

정남규는 인천에서 가족과 함께 살다가 1989년 고교를 졸업한 뒤 강도, 절도, 성범죄 등을 일삼다 1995년부터 교도소 신세를 지기 시작했다. 정남규는 2004년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 수량이 적은 영등포구나 관악구 등에서 보안이 취약한 서민주택 등을 범행장소로 택했다. 모두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부자를 더 못 죽여 안타깝다. 빨리 사형을 집행해 달라”고 말하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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