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실탄사격장 화재 참사 사망자의 유가족 가운데 한 명이 15일 시신이 안치된 양산부산대병원에서 가족의 시신을 확인한 뒤 실신한 채 휠체어에 실려 나오고 있다. 양산=이훈구 기자ufo@donga.com
'사랑하는 아들. 책상에 올려놓은 약 꼭 챙겨먹어. ^^' 프리랜서 관광가이드 이명숙 씨(40)는 14일 오전 10시14분 아들 최민군 군(12)에게 평소처럼 애정 어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것이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가 될 줄이야. 그는 이날 아침만 해도 "일본사람들 안내하고 빨리 돌아올게"라면서 아들의 뺨에 뽀뽀를 해줬다. 남편 최영찬 씨(44)에게도 "요즘 신종 플루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어 힘들었는데 일거리가 생겼어요. 참 다행이에요"라며 웃는 얼굴로 집을 나섰다. 몇 해 전부터 천식으로 고생하는 외아들과 남편에게 이 씨는 이렇게 작별인사를 했다. 15일 새벽 이 씨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양산대병원 장례식장의 시신 안치실에서 남편 최 씨가 "휴대전화와 손목시계, 다리에 난 상처가 (부인이) 맞는 것 같다"며 오열하자 아들 최 군은 "아니예요. 아닐 거예요. 절대 인정 못해요"라며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씨는 일본어 전공도 살리고 남편과 맞벌이도 할 겸 2007년부터 모 여행사의 프리랜서 가이드로 일해 왔다. 임재훈 씨(31)의 어머니 박화자 씨(67)와 아버지 임쌍조 씨(73)는 15일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부산 사하구 장립동 하나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막내아들이 깨어나기만을 빌었다. 아들은 14일 비번이었지만 주말 관광객을 맞이해야 한다며 3년째 일하고 있는 사격장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박 씨 부부는 이날도 아들을 보기 위해 국제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오후 2시 넘어 사격장 옆에 도착했을 때 건물 한쪽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부부는 "설마 했는데 사격장에서 불이 났다"고 했다. 119 앰뷸런스에 실려 간 아들을 따라 병원으로 간 부부는 말없이 중환자실에 누운 아들을 보며 "내 아들 살려내라"며 절규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