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후손 땅 판 돈 첫 ‘속죄의 반환’

  • 동아일보

고희경후손, 소송없이 국가에
친일행위자의 후손들이 조상의 친일행위 대가로 얻은 재산의 매각대금을 국가에 자진 반환한 첫 사례가 나왔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을사늑약 당시 중추원 고문을 지낸 친일행위자 고희경의 후손들이 물려받은 땅의 매각대금을 9월 소송 없이 국가에 반환했다고 12일 밝혔다.

고희경은 정미7조약과 한일강제병합 당시 탁지부 대신이었던 고영희의 아들로 일제로부터 백작 작위를 받았고 1926년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으로 임명됐다. 1935년 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명감에 조선인 공로자 353명 중 한 명으로 수록되기도 했다.

고희경의 후손 중 일부는 2006년 2월에서 10월 사이 물려받은 땅 2만4800여 m²를 4억8000여만 원에 매각했다. 조사위는 이 땅에 대해 2008년 11월 ‘친일재산 확인 결정’을 내렸지만 이미 제3자에게 팔린 뒤여서 후손 소유의 다른 부동산에 가압류 신청을 했다.

이에 고희경 후손들은 조사위와 재산 반환 절차를 협의해 법적 분쟁을 거치지 않고 국가에 당시 매각대금을 반환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친일재산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다른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 친일과거사 청산을 통한 국민통합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고희경 후손의 재산 반환 이후 다른 친일행위자 민모의 후손도 화해계약을 통해 2700만 원을 국가에 반환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지금까지 친일행위자 114명의 땅 845만3000여 m²(시가 1600억 원)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으며 이 중 61건에 대해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53건은 제소 기간 중이거나 제소기간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아 자동으로 귀속결정이 확정됐다.

행정소송이 제기된 61건 가운데 13건은 국가귀속 확정 판결이 내려졌으며 나머지 48건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3자에게 매각된 친일재산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소송은 현재 1건이 확정되고 다른 1건이 진행 중이며 8건은 소송 준비 중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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