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우리반 반장에 표찍은 이유는? 유머짱이니까!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유머감각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의 ‘숨은’ 비결로 통한다. 공부, 외모, 리더십 못지않게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학급의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친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학생이 반장에 선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머는 원활한 친구관계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초등 5학년 김모 양(12·경기 구리시)은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전학을 가서 쉬는 시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해서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고 새로운 친구도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기 있는 초등학생들은 유머감각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TV 인기 코미디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보며 유행어를 연마하고, 포털 사이트의 재미있는 이야기나 난센스 퀴즈를 암기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전모 양(10)은 매주 일요일 오후 방송되는 KBS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빠뜨리지 않고 시청한다. 막은 내렸지만 얼마 전까지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유행어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였다. 전 양은 코너 중간에 인기유행어가 나올 때마다 특유의 억양과 목소리를 흉내 낸다. 이렇게 연습한 유행어는 다음 날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적절하게 터뜨린다. 유행어를 활용한 유머의 핵심은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는 ‘센스’.

교실 정리를 마친 친구들에게 다가가 ‘강선생’의 목소리 톤으로 손짓을 섞어가며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고 하면 친구들은 “야∼짜증나”라고 하면서도 “진짜 똑같다”며 웃는다.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엉뚱한 주장을 펴는 친구에게는 정색을 한 뒤 까칠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한다. 모두가 아는 유행어이기 때문에 당사자도 기분 상하지 않고 웃어넘긴다.

전 양은 “큰 목소리로 재미있게 유행어를 따라하면 아이들이 모두 크게 웃으면서 분위기가 좋아진다”면서 “쉬는 시간이면 재미있는 애들 옆에 친구들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설프게 인기 유행어를 따라할 경우 분위기를 더욱 썰렁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이럴 땐 유머모음집이나 난센스 퀴즈에서 유머의 소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 장위초등학교 5학년 방시현 군(11)은 재미있는 퀴즈나 수수께끼를 보면 기억해 두었다가 친구들에게 문제로 낸다.

“달리기를 하는데 네가 2등을 추월했어. 그럼 몇 등일까?”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1등”이라고 답한다. 다시 생각해보자. 2등을 따라잡았으니 답은 2등이다. 논리적인 허점을 찌르는 퀴즈는 특별한 기술이나 연기력이 없어도 재치 있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말장난이 섞인 다음 퀴즈도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잘 통하는 유머퀴즈다.

·Q: 정신을 놓아버린 닭은? A: 헤까닭

·Q: 생각만 해도 눈물나는 돈은? A: 어머니

다음처럼 시리즈로 연결되는 퀴즈도 초등학생 사이에는 잘 통한다.

·Q: 길 잘 찾는 왕비의 이름은? A: 네비

·Q: 웃지 않고 무표정인 왕비는? A: 좀비

·Q: 똥으로 가득한 나라 왕비는? A: 변비

노래가사를 개사한 유머는 간단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를 ‘학교 종이 깨졌다 어서 가∼자’로 바꾼다던지 가수 김종국의 노래가사 중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부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기스 매직팬티’ 등으로 살짝 바꾸는 것. 이런 노래는 전염성도 강해 한동안 반에 유행가처럼 퍼질 가능성이 높다.

전 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치 있는 한 마디를 자신감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평소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잘 웃어주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을 때도 분위기가 한결 밝다”고 귀띔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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