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산청호국원 건립사업 갈등 재점화

  • 입력 2009년 10월 5일 0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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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행정심판위 “건립안 부결시킨 郡 결정은 부당”

반대투쟁위 “주민 의견 수렴안해… 저지 나설 것”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가 추진하는 경남 산청호국원 건립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산청군은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허가를 하지 않았으나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재향군인회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보훈처 위탁을 받은 재향군인회는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56만 m²(약 17만 평)의 터에 5만 기 규모의 남부권(부산, 울산, 경남 등) 호국원을 짓기로 하고 2004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예정지의 97%를 매입했다. 이어 산청군에 건립제안서를 내고 도시계획 시설 결정을 신청했으나 산청군(도시)계획위원회는 두 차례의 심의 끝에 올 7월 30일 최종 부결했다. 당시 계획위원회는 “주민 반대가 많고 청정 자연지역 보전과 교통 문제, 산청의 특수시책인 한방약초산업 및 친환경농산물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자 재향군인회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산청군 계획위원회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적인 문제가 없는 데다 주민 반발 사유도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는 게 이유. 행정심판에서 진 산청군은 난감한 표정이다.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대응할 길이 없는 탓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시행자 지정, 실시계획 인가, 착공 등의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산청호국원 반대투쟁위원회’(위원장 박우삼)는 최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데다 예정지는 호국원이 들어서기에 부적절한 곳”이라며 사업 계획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지리산 자락 산청은 청정 이미지 유지가 생명”이라며 “특히 예정지 주변에는 492가구 982명이 살고 있고, 식수원인 남강댐 상류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산청호국원 예정지는 보물과 문화재가 있고 한옥체험마을로 유명한 ‘남사예담촌’ 인근이다. 투쟁위 박태진 간사는 “6년 가까이 주민이 반대해 온 사안을 행정심판위원회는 30분 만에 처리했다”며 “경남도청 항의방문과 집회를 통해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향군인회 현충사업단 관계자는 “남부권 출신 참전유공자 등을 전북이나 경북 호국원에 안장하는 불편을 없애려면 산청호국원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며 “야외 봉안탑과 현충각, 관리사무소, 휴게실 등이 갖춰진 공원과 같은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발전 방안을 마련하며 4년가량 늦어진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립호국원은 경기 이천과 경북 영천, 전북 임실 등 3곳에 있다. 현충원에는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 사회발전공헌자가, 호국원에는 장기복무 제대용사, 참전경찰관 등이 각각 안장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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